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백현동 수사무마' 브로커 "법무장관·검찰총장에 말해 덮겠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백현동 수사무마' 브로커 "법무장관·검찰총장에 말해 덮겠다"

입력
2023.12.14 17:17
수정
2023.12.14 17:40
0 0

"영장전담 판사와 골프 친 사람 찾았다" 주장
총 13억 가로채... '변호사 사위' 허위 계약도

이동규 전 KH부동산중개법인 회장. 유튜브 채널 'Hohyeon Song'

이동규 전 KH부동산중개법인 회장. 유튜브 채널 'Hohyeon Song'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민간업자의 수사·구속 무마 등을 대가로 13억여 원을 가로챈 사업가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을 언급하며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영장전담판사와 골프를 친 사람을 통해 구속을 막아주겠다"는 황당한 제안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 김용식)는 지난달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한 전 KH부동산중개법인 회장 이동규씨의 공소장에 이런 내용을 적시했다. 알선수재는 직무 관련 업무 청탁과 함께 돈을 받으면 성립한다.

이씨는 2021년 11월 무렵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경찰 수사를 받던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게 "내가 잘 아는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와 검·경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를 통해 수사기관에 힘을 써서 백현동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했다. 이씨는 평소 정 대표에게 "국민의힘 대의원으로 30여 년 활동하며 여러 의원의 후원회장, 경제특보 등을 맡았다"며 정계 인맥을 과시했다고 한다.

경찰 수사에 압박을 느낀 정 대표는 지난해 5월부터 이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건네며 수사 무마 등을 요청했다. 현금은 물론, 부동산 중개대금 등으로 가장해 건넨 돈은 총 13억3,616만 원에 달한다. 이 중 1억1,000만 원은 이씨 사위인 A변호사가 속한 법률사무소와 허위 법률고문계약을 맺고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 대표가 올해 1월 검찰에 송치되고 나선, 이씨의 허풍은 더 심해졌다. 그는 "이런 사건은 일개 부장검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억 원이 있으면 윗선에 얘기해 수사를 덮어버릴 수 있다"고 정 대표를 현혹해 2억 원을 추가로 뜯어냈다. 하지만 호언장담에도, 검찰은 6월 48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정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자 이씨는 "구속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100분의 1 확률인데 그걸 뚫어냈다"며 "그 사람이 엊그제도 영장전담판사와 골프 쳤다"며 재차 3억 원을 채갔다.

한편, 검찰은 이씨 수사 과정에서 곽정기 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총경)과 임정혁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고검장)가 수사 무마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 두 사람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들은 이씨가 정 대표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이 정 대표 변론을 하며 받은 억대 수임료 중 일부가 수사 무마 청탁 대가라고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은 전날 곽 전 총경을, 이날 임 전 고검장을 잇달아 소환 조사했다. 두 사람은 모두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강지수 기자
박준규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