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친 철강회사 포스코·게임회사 넥슨의 합작
대한민국 디지털 광고대상서 '그랑프리' 타
박은진 포스코 차장·이삭 그랑몬스터 CD
손흥민 선수의 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개막전 생중계 채널에 내보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 반응이 좋았어요. 극장에 모니터링 갔을 때 관객 열기가 뜨거워 '아, 됐구나' 했어요.
박은진 포스코 커뮤니케이션실 차장
포스코 커뮤니케이션실에서 광고 기획을 맡은 박은진(39) 차장은 '판타스틸 광고 캠페인'이 대중을 처음 만난 올가을의 떨림을 잊지 못한다. 보수적 회사 이미지를 바꿔보겠다며 그동안 꿈도 꾸지 못한 파격 소재를 다룬 광고에 대한 좋은 반응이 곳곳에서 들렸다. '너무 가볍게 다뤘다'거나 '과하게 앞서 나갔다'는 반응이 나올까 조마조마했지만 회사 안에서는 호평 일색이었고 밖에서는 광고상 수상 소식이 이어졌다.
연관기사
대한민국광고대상 이어 디지털 광고대상 수상
14일 만난 박 차장은 "임원들께서 유튜브 반응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해외 지사 동료들이 격려도 보내줘서 팀원 모두 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포스코가 8월 '철에는 판타지가 있다'는 슬로건을 담아 내놓은 두 편의 광고는 5일 국내 최고 권위 광고상으로 꼽히는 '2023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크리에이티브 전략부문 금상에 이어 이날 '2023 대한민국 디지털 광고대상' 시상식에서 가장 높은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환상(fantasy)과 철(steel)의 의미를 결합한 내용을 두 편의 광고에 담은 판타스틸 광고 캠페인은 철강사인 포스코와 게임회사인 넥슨의 이색 협업이 가장 눈에 띈다. 포스코는 광고에서 '판타스틸 왕국'이라는 가상 세계를 설정하고 포스코의 제철 기술을 전수받아 악의 무리를 물리치고 지속가능한 미래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독특한 스토리를 만들어 재미를 더했다.
주제는 판타스틸, 호흡은 '판타스틱'
특히 게임 영상을 보는 듯한 화려한 영상미와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보여주며 기업 홍보의 틀에 박힌 형식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와 노력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인희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1·2편 모두 압도적 스케일과 수준 높은 그래픽으로 영상에 빠져들게 하고 광고 슬로건 '철에는 판타지가 있다, 우리의 미래는 판타스틸하게'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고 평가했다. 이날까지 두 영상의 조회수는 자그마치 7,000만 회에 근접했다.
제작자들이 꺼낸 캠페인의 탄생 과정도 '판타스틱' 그 자체. 광고 제작사 '그랑몬스터'는 수주 경쟁 단계에서 게임 시네마틱 영상을 활용한 광고를 제안, 국내 최상위 광고 기업들을 제치고 포스코의 선택을 받았다. 포스코 임원들은 '도전적 시도'에 힘을 실어줬고 실무진과 그랑몬스터는 '찰떡 호흡' 속에 질 높은 광고 영상을 빠르게 만들어냈다.
그래픽 영상에 포스코 옛 로고…"선배들 위한 선물"
이번 캠페인 제작을 책임진 이삭 그랑몬스터 CD(creative director)는 "광고상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만들어 보고 싶은 광고물"이었다며 "넥슨과 협업 결정도 빠르게 이뤄져 순조로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포스코가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굉장히 노력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광고 캠페인에는 2030을 향한 소통 열정뿐 아니라 50여 년간 회사 성장을 이끈 선배들에 대한 헌정 메시지도 담겼다. 영상 속 철제 장검에 포스코의 옛 로고를 큼지막하게 노출, 회사 헤리티지(유산)의 소중함을 녹여낸 것이다. 박 차장은 "포스코의 광고 슬로건이 롱런하지 못하고 단발성으로 소모된 일들이 안타까웠다"며 "철에는 판타지가 있다. 우리의 내일을 판타스틸하게'라는 슬로건이 앞으로 의미 확장을 통해 오래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