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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바꾸겠다"던 김범수, 왜 카카오의 운명을 그녀에게 맡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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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바꾸겠다"던 김범수, 왜 카카오의 운명을 그녀에게 맡겼나

입력
2023.12.14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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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 새 CEO 지명
네이버 최수연 대표와 여성 수장 경쟁도 볼 만

정신아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 내정자. 카카오 제공

정신아 카카오 신임 단독대표 내정자. 카카오 제공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인 카카오가 사령탑을 교체했다. 40대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정신아(48)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주인공이다. 검찰 수사와 내부 갈등으로 어지러운 카카오를 구하기 위해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안정적으로 변화를 이끌 인물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최수연(42) 네이버 대표에 이어 정 대표까지 국내 양대 플랫폼을 40대 여성들이 이끌며 경쟁하는 흥미로운 구도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국내 양대 플랫폼 '여성 리더십' 시대 개막

정신아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 프로필. 한국일보

정신아 카카오 단독대표 내정자 프로필. 한국일보

카카오는 13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홍은택(60) 단독 대표의 후임으로 정 대표를 내정했다. 정 내정자는 2024년 3월로 예정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대표로 선임된다.

카카오 안팎의 위기가 심각한 터라 정 내정자는 곧바로 실전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김범수 창업자가 위원장으로 있는 경영쇄신위원회의 쇄신 태스크포스(TF)장을 맡았다. 경영진 리더십 공백을 고려해 홍 대표가 내년 3월까지 임기를 이어간다.

정 내정자가 정식 취임하면 카카오의 첫 여성 단독 대표가 된다. 지난해 3월부터 네이버를 이끄는 최수연 대표와 함께 국내 양대 플랫폼을 40대 여성 수장이 책임지는 것이다. 특히 카카오는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도 여성인 김소영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모든 것을 다 바꿀 각오로 나서야 한다는 김범수 창업자의 뜻을 반영해 진행할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성공 여부가 여성들의 활약 여부에 따라 결정 나게 된 셈이다.




당근마켓 발굴한 정신아… "갈등 이해도 높고 소통 탁월"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달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석한 모습. 카카오 제공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달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열린 4차 공동체 경영회의에 참석한 모습. 카카오 제공


카카오는 2014년 다음과 합병한 후 주로 남성 공동 대표 체제를 고수해왔다. 이석우, 임지훈, 조수용, 여민수, 남궁훈 전 대표 등이다. 모두 김 위원장과 서울대, 삼성SDS, NHN, 네이버 등에서 개인적 인연이 각별했다.

정 내정자는 이들과 비교하면 김 위원장과 눈에 띄는 인연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이베이 아시아 태평양지역 본부, 네이버를 거친 그는 2014년 카카오벤처스에 합류했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 벤처 투자 생태계를 오가며 기업 성장 단계에 따른 어려움과 갈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점이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정 내정자는 직원들뿐 아니라 투자한 스타트업 직원들과도 소통을 잘한다"며 "직원들을 다독이면서 조직을 혁신할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정 내정자가 10년 넘게 벤처캐피털(VC) 분야에서 투자가로서 전문성을 키운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카카오벤처스에서 두나무, 당근(구 당근마켓), 한국신용데이터, 루닛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투자를 이끌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카카오의 투자 부문 리더십에 구멍이 난 만큼 정 내정자를 적임자로 봤다는 후문이다.



카카오, 주요 계열사 CEO·임원진도 교체할 듯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옥. 연합뉴스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옥. 연합뉴스


여성 CEO를 전면에 내세운 카카오가 겉모습 변화에 버금가는 체질 개선을 이뤄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당초 IT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외부 인사를 CEO로 영입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2000년대 초반 위기를 겪던 네이버가 판사를 지낸 LG 출신 김상헌 전 대표를 영입해 전면적 쇄신을 단행한 사례가 있어서다. 카카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고민이 많았지만 각종 사법 리스크가 얽혀 있어 최종적으로는 회사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을 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인사 배경을 두고 "정 내정자는 올해 초 카카오 이사회 멤버로 합류해 카카오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왔다"며 "카카오의 내실을 다지면서 인공지능(AI) 중심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CEO 리스크로 몸살을 앓는 카카오는 당분간 주요 계열사 CEO와 임원진 교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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