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저자 권영완 교수 첫 기자회견
연구자들 간 기여도 놓고 내분 폭로
김현탁 교수, 이석배 대표 날 선 반박
'초전도체 광풍' 이후 수개월째 공방
상온·상압 초전도체 물질이라는 주장에 세계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LK-99'를 두고 국내 연구진 중 한 명인 권영완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 연구교수가 연구결과 발표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있었던 사실을 폭로했다. 지난 7월 말 2편의 LK-99 논문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연구 기여도를 두고 내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권 교수는 연구결과에 대해선 "독자적인 LK-99 재현에 성공했으나 상용화 단계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계에선 "정상적인 검증 과정이라고 보기 힘들다"라며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비상식적" "범죄행위" "적반하장"... 공동연구 맞나
권 교수는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R&D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자신을 상대로 조사한 연구윤리 위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그는 7월 자신과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김지훈 전 퀀텀에너지연구소장의 3인을 저자로 명시한 '최초의 상온 상압 초전도체' 논문(이하 '3인 논문')을 온라인에 공개했는데, 또 다른 연구자인 김현탁 미국 윌리엄앤드매리대 연구교수가 이를 부적절한 집필 행위 및 부당한 논문 저자 표시라며 고려대 연구진실성위원회에 제보했다. 위원회가 4개월간 조사를 벌인 결과 '김 교수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놓자, 권 교수가 이를 설명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이다.
권 교수가 이날 공개한 위원회의 최종 결정문에 따르면, 위원회는 권 교수가 논문 발표 우선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3인 논문'을 무단 게재한 것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김 교수가 교신저자로 포함된 이른바 '6인 논문'이 투고될 경우, 권 교수의 연구결과를 투고할 수 없다고 여겨 이 대표와 김 전 소장의 동의를 얻어 논문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 대표는 투고만 허락했을 뿐, 저자 참여에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LK-99 연구는 2017년부터 나와 이 대표, 김 전 소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서 "김 교수는 이 연구에 참여한 적도 없는데 본인이 교신저자가 돼서 논문을 작성, 발표한다는 것은 학자라면 상식적으로 해선 안 되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위원회가 이 대표와 김 전 소장 등 참고인들의 진술을 듣는 과정에서 연구진 내부의 불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이 대표는 권 교수의 해명과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그는 "김 교수는 논문의 질을 높이고 차별화했다"면서 "(논문 온라인 공개는) 권 교수가 김 교수의 논문 제출 기회를 빼앗은 사회적 범죄행위"라고 거칠게 비판했다. 이어 "김 교수와 권 교수 모두 욕심이 앞서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전 소장은 "이 대표는 2017년부터 권 교수와 연구를 시작했으나, 2019년부터 내가 합성한 'LK-99'의 전기적 특성을 측정한 일 외에 한 것이 없다"면서 "권 교수의 연구윤리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지적했다. LK-99와 관련된 연구자 4명이 둘로 갈라져 서로를 강하게 비방하고 있는 상황이다.
검증 학회 "시료 제공도 않는 이유가 뭔가"
권 교수와 김 전 소장은 지난달 코스닥상장사인 씨씨에스(충북방송)에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씨씨에스는 권 교수 등의 합류 이후 초전도체 신사업을 계획하겠다고 밝혔고, 주가가 급등했다. 방송사 사내이사로 취임한 배경에 대해 권 교수는 "사내이사는 맞지만 초전도체 사업과 방송사는 관련이 없다. 나중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관련 기업 직원들도 참석했다.
학계는 LK-99 연구진의 연구결과 검증 방식이 정상적이지는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증위원회를 꾸려 LK-99를 자체적으로 검증해온 한국초전도저온학회의 최경달(한국공학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회장은 "최근 이석배 대표로부터 '미국 학술지인 'APL 머터리얼즈'의 논문 심사를 받고 있어서 LK-99 시료를 학회에 제공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3의 기관에서 초전도성을 인정받으면 오히려 논문 심사에 도움이 된다"면서 "넉 달이 지나도록 시료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또 연구윤리 위반 의혹에 대해 "간혹 유명 학술지에 논문이 실린 이후에 저자 게재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경우가 있긴 하다"면서도 "논문이 게재도 되기 전부터 기여도를 두고 이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은 정상적인 공동연구라고 보긴 힘들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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