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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내각 2인자 관방장관 경질할 듯"... '비자금 의혹' 파장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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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내각 2인자 관방장관 경질할 듯"... '비자금 의혹' 파장 어디까지

입력
2023.12.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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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미우리 보도 "관방장관 사임 이례적"
아사히 "아베파 핵심 실세 여러 명 연루"

아베파 전 사무총장으로서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마쓰노 히로카즈(가운데) 일본 관방장관이 8일 도쿄의 일본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둘러 싸여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도쿄=교토 AP 연합뉴스

아베파 전 사무총장으로서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마쓰노 히로카즈(가운데) 일본 관방장관이 8일 도쿄의 일본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둘러 싸여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도쿄=교토 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을 사실상 경질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마쓰노 장관 외에도 기시다 내각에서 주요 각료나 자민당 요직을 맡고 있는 아베파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보도됐다. 아베파 비자금 의혹의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이미 20%대 초반의 저조한 지지율에 시달리는 기시다 정권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9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마쓰노 장관의 비자금 관련 의혹이 정계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자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후임자 물색에 나서기로 했다. 마쓰노 장관은 앞서 아사히신문에 비자금 조성 의혹이 보도된 후 전날 열린 중의원 예산의원회에서 사임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시달렸으나 거부했다.

지난 2021년 12월 6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아베파(정식 명칭 '세이와정책연구회')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도쿄=교도 AP 연합뉴스

지난 2021년 12월 6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아베파(정식 명칭 '세이와정책연구회') 정치자금 모금행사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연설하고 있다. 도쿄=교도 AP 연합뉴스


"정권 2인자 경질, 기시다 총리에 큰 타격"

요미우리는 "관방장관 사임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2000년 10월과 2004년 5월에 각각 여성 문제와 연금 보험료 미납으로 당시 관방장관이 물러난 바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마쓰노 장관이 사퇴하면 2021년 10월 출범한 기시다 내각에서 불상사 등으로 사임하는 5번째 각료가 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 대변인이자 내각 2인자인 관방장관의 교체는 정권 운영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고, 지지율이 '퇴진 위기' 수준까지 떨어진 기시다 총리에게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요미우리는 전망했다.

그럼에도 기시다 총리가 경질 방침을 정한 것은 마쓰노 장관이 속한 집권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정식 명칭 '세이와정책연구회')의 비자금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민당 계파는 매년 주최하는 정치자금 파티(모금행사)에서 소속 의원에게 '파티권' 할당량을 부여한다. 아베파는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소속 의원들에게 모금액 초과분을 돌려주되, 이를 자체 회계 장부에 반영하지 않았다. 의원들도 돌려 받은 액수나 사용처를 의원실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비자금처럼 활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파 내에서 이 같은 비자금 조성이 조직적으로 발생했고, 계파 내 회계·자금을 총괄하는 역대 사무총장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직접 가담하기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 9월~2021년 10월까지 아베파 사무총장을 맡았던 마쓰노 장관도 공소시효인 최근 5년간 1,000만엔(약 9,100만원) 이상의 비자금을 받고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베파 해체 가능성도

이번 사안의 파장은 마쓰노 장관의 사임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내각에서 주요 각료나 자민당 간부를 맡고 있는 아베파 내 핵심 실세 의원들이 줄줄이 비자금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보도됐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9일 시오노야 류 아베파 좌장, 다카기 쓰요시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 간사장,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장관도 각각 적게는 100만 엔(약 910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엔 이상의 비자금을 챙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줄줄이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될 경우, 개각 때마다 계파를 배려하며 이들을 요직에 임명한 기시다 총리의 책임이 불거지며 정권 자체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가 아베파의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베파는 지난해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후 핵심 '5인방'이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해 유지해 왔는데, 바로 이들이 비자금 조성 의혹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계파 소속 의원 다수는 정치자금 모금행사 때 할당량을 채우는 데 급급한 것이 보통이다. 반면 영향력이 큰 핵심 인사들은 기업이나 단체를 동원해 할당량을 초과하는 모금을 하고 이를 비자금으로 전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 상당수가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된다면 아베파는 구심점을 잃고 해체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미 파벌에 속하지 않은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전 간사장 등은 자민당 계파의 해산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야당인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 대표도 기시다 총리가 이 사안을 이유로 최근 기시다파를 탈퇴한 데 대해 "계파 해체를 지시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동안 총리 4명을 배출하고, 최대 의원 수의 힘으로 사실상 차기 총리를 결정하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아베파가 해체될 경우 일본 정치에 미칠 파장은 막대할 전망이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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