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남부서 소속 유창욱 경사
편의점서 카드 대량 구매 남성
장학금 날릴 뻔한 사기 막아
유창욱 경사가 지난 10월 29일 경기 화성시 한 편의점에서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하고 있던 대학생 A씨에게 '왜 기프트카드를 사느냐'고 묻고 있다. 경찰청 페이스북 캡처
휴무일에 어린 자녀와 집 근처를 산책하던 경찰관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 상황을 눈치 채고 추가 피해를 막았다. 장학금을 모두 잃을 뻔했던 대학생은 경찰관의 노련한 대처 덕분에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8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광교지구대 소속 유창욱 경사는 휴무일이던 지난 10월 29일 오후 6시 30분쯤 두 살 자녀를 유모차에 태우고 화성시 봉담읍 자택 근처를 산책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에게 줄 과자를 사러 편의점에 들어가다 이상한 장면을 봤다. 20대 초반 남성 A씨가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카드 여러 장을 정리하고 있었던 것. 이후 유모차를 끌며 계속 산책하던 유 경사는 20여 분 뒤 인근의 다른 편의점 앞에서 A씨를 또 마주쳤다.
편의점에 들어가는 A씨를 보며 범죄에 연루됐음을 직감한 유 경사는 유모차를 끌고 A씨를 뒤따라 갔다. A씨는 기프트카드(무기명 선불카드)를 200만 원어치 구매하려고 둘러보고 있었다. 유 경사는 경찰 신분을 밝힌 후 왜 이렇게 기프트카드를 많이 사느냐고 물었다. 이에 A씨는 "검찰 관계자가 전화해 사기 범죄 공범으로 의심되니 계좌가 동결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려면 기프트카드를 사서 코드를 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에게 전화로 검사를 사칭하던 보이스피싱 일당은 유 경사가 전화기를 건네받고 추궁하자 곧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지만 A씨는 이미 앞서 들렀던 편의점에서 150만 원 상당의 기프트카드를 구매해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코드를 전송한 상황이었기에 유 경사는 바로 112에 신고했다.
유 경사는 “처음엔 A씨를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의심해 뒤를 쫓았는데, 확인해보니 보이스피싱 일당으로부터 피해를 보는 중이었다”며 “범죄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A씨는 장학금으로 받은 돈을 보이스피싱으로 모두 날릴 뻔했지만 유 경사 덕분에 200만 원의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고, 유 경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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