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6일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주애를 앞세워 세습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며 "내부 체제 결속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애 세습설'에 한층 무게를 싣는 발언이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입국한 탈북민들은 저장매체, 라디오, 해안 쓰레기 등 여러 경로로 우리 문화와 접촉했고, 북한과 대조되는 자유로운 사회상에 이끌려 탈북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며 "북한은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주애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 GP(전방감시초소) 복원, 판문점 무장화 등을 통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 역시 내부적 어려움을 외부로 돌리고자 하는 의도"라면서 "북한은 이달 말 조선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군사정치'가 아닌 '민생정치'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장관은 앞으로 북한의 정치·군사적 움직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는 한편 △북한 주민 인권 개선 △이산가족·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 노력 지속 △정치·경제적 통일 외에 일상적 통일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등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김주애를 과연 후계자로 내세울지에 대해선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정부는 장기적 관점에서 권력 승계 과정에 착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애를 조기 등판시켰다는 건 그만큼 세습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최근 주애의 공개석상 행보에서 나타난 의전 격상, 제도적 변화, 김 위원장의 과거 경험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정권수립일(9·9절) 열병식에서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주애를 주석단 관람석 정중앙에 배치했고 △과거 오진우(인민무력부장)가 김정은에게 했던 행동을 연상하게끔 박정천(군정지도부장·북한군 서열 2위)이 주애에게 무릎을 꿇고 얘기하는 모습을 공개했고 △8월과 11월 해·공군 사령부를 방문했을 때 군 사령관들이 주애에게 거수경례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면서 "이는 의전 수준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1일 조선중앙TV에 공개된 공군사령부 방문 장면을 보면 화면 정중앙에 김 위원장이 아닌 주애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 또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당시 군인들은 "백두혈통을 보위해야 한다"고 외치며 주애를 향한 충성을 맹세했다.
제도 변화도 주애의 권력 승계를 뒷받침한다. 북한은 2021년 총비서직을 신설하고 밑에 7명의 비서를 뒀다. 그중 제1비서는 총비서 유고 시 최고지도자 역할을 수행하는데 현재 공석인 상태다. 이 자리가 주애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제1비서직 신설은 주변에서 제안하기 힘든 사안인 만큼 김 위원장 스스로 결정한 제도적 장치일 것"이라며 "김 위원장 자신이 2011년 권력 승계과정에서 준비가 짧았던 경험에 비춰 주애의 승계 준비를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정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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