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현, 영화 '비밀' 인터뷰
데뷔 이래 첫 스크린 주연작
긴 공백기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배우 김정현이 일련의 논란을 딛고 새롭게 돌아왔다.
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김정현은 본지와 만나 영화 '비밀'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비밀'은 잔혹하게 살해된 사체에서 10년 전 자살한 영훈의 일기가 발견되고, 그 이면을 파헤치던 강력반 형사 동근이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추적 스릴러다. 김정현을 비롯해 길해연 박성현 다원 최찬호가 출연했다. 임경호 소준범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지난 2015년 영화 '초인'으로 데뷔한 김정현은 드라마 '시간' '사랑의 불시착' '철인왕후' 등으로 인기를 끌었다. 두 번째 영화 작품인 만큼 감회도 새로울 터다. 이날 김정현은 "설레는 마음으로 왔다. 오랜만에 긴장도 된다"라고 소감을 먼저 전했다. 특히 김정현의 언론 인터뷰는 3년 만에 진행됐다. '비밀'은 김정현의 첫 영화 주연작이자 두 번째 스크린 출연작이다. 유독 영화와 인연이 없었던 까닭을 묻자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초인'을 하고 난 후 '질투의 화신'을 하게 됐다. 이후에 드라마 러브콜이 쏟아졌다. 두 번째 영화인 만큼 감회가 새롭다"라고 말했다.
김정현이 '비밀'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인물의 첫 대사인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문장이 그를 매료시켰단다. 김정현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문장이다. 우연인 듯 필연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돌아봤다. 그가 갖고 있었던 주연에 대한 부담감은 주변의 응원으로 이겨내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의 한 일원이 됐다. 그러면서 김정현은 "흥행이라는 것은 인간 외의 영역"이라고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여러 드라마들로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김정현은 여전히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항상 연기가 아쉽고 빈틈이 보인다. 현장에서는 감독님의 '오케이'를 믿고 가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잘 안 보는 편이다. 연기가 흐름적으로는 좋겠지만 제겐 아쉬움이 보인다. 유쾌하지만은 않다"라고 밝혔다.
'시간' '사랑의 불시착' '꼭두의 계절' 등 주로 깔끔하고 댄디한 이미지를 연출했던 김정현은 이번 작품에서 다소 파격적인 비주얼로 등장한다. 수염을 기르고 피부 잡티를 의도적으로 그리면서 거친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변신'에 나선 것이다. 그 역시 자신의 전작들을 돌아보면서 "제 필모그래피를 보면 일맥상통하게 갖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 예쁘게 꾸미고 나오는 캐릭터들이다. 반면 '비밀'에서는 수염도 기르고 주근깨도 그린다. 감독님에게 '이런 캐릭터가 없었지 않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감독님의 말처럼 비주얼이 (전작들과)결이 달랐다. 관객들이 '김정현이 그런 모습, 그런 연기도 하는구나'라고 봐주셨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형사의 날카롭고 예민한 특징을 그리려고 했지만 차별점을 위해 의도적으로 증량을 했단다. "주는 대로 먹고 과자를 먹고 맥주를 많이 먹었다. 요새 촬영이 있지 않아서 주짓수를 하고 있다"면서 의외의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작품은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대두되는 학폭(학교폭력), 군대 내 가혹행위, 물질만능주의, 이기심, 진상이 밝혀지기 어려운 현실 등 다양한 현상을 꼬집으면서 묵직한 질문과 여운을 던진다. 이에 대해 김정현은 "작품에 사회고발 색채가 강했다면 출연을 고민했을 것 같다. 우리 이야기는 동근의 개인적인 일이다. 인간의 비열함, 권력으로 일어나는 일들, 사건을 설명하기 위한 소재다. 주가 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메시지가 아니다. 사회적인 사명감, 메시지를 주는 것에 포커싱 했다면 이상한 연기를 했을 것 같다"라고 느낀 바를 밝혔다.
지난 2021년 김정현은 드라마 '시간' 중도 하차 잡음으로 대중의 지탄을 받았다. 이후 우울증과 불면증을 치료하며 작품 활동을 잠시 멈췄고 올해 3월 '꼭두의 계절'로 복귀했다. 이에 대한 솔직한 고백도 들을 수 있었다. 김정현은 "연달아서 작품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되지 않았다. 운동을 하면서 기운을 차렸고 연기를 쏟아낼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픈 희망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공백기를 버틴 비결은 '운동'이다. 지금의 김정현에게는 스캔들로 인해 불거졌던 부정적인 이미지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에 놓였다. 이를 두고 김정현은 잠시 고민 후 "항상 전진해야 한다"라고 입을 뗀 뒤 "저라는 사람을 연기나 작품보다 이슈로 기억하시는 분이 많을 것이다. 판단을 뒤집을 순 없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연기로 기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서 작품을 하는 것이다. 또 좋은 것들로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저의 삶에 대한 모토가 될 것 같다"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공황장애도 그의 공백기를 길게 한 요소다. 지금은 안정적인 상태냐는 기자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2019년, 주짓수를 시작했다. 주짓수는 스파링을 꼭 해야 하는데 언제든 '탭'을 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이 제게 위로가 됐다. 과정은 복기해야 하지만 '탭'을 치면 다시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라고 빗대어 답했다. 김정현의 답변처럼 그는 계속 '전진' 중이다. 앞으로도 계속 더 좋게 변화하고 싶다는 진심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내년에는 좋은 연기로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비밀'이 그 신호탄이 됐으면 좋겠고요. 연기를 위해선 삭발도 문신도 할 수 있습니다. 아직 갈길이 머니까요."
한편 김정현의 주연작 '비밀'은 오는 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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