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 공청회
노동계 “피해자 고통 덜어줘야”
경영계 “사업주 부담 우려"
“산업재해 인정을 위한 역학조사에만 7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산재 피해자와 가족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산재보험 선(先)보장 제도’가 필요하다.”
”산재보험 선보장제는 산재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산재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업무량이 폭증해 조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5일 국회에서 개최한 ‘산재보험 선보장 제도(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 도입을 위한 공청회' 참석자들의 엇갈린 의견이다. 경영계는 현행 산재 제도가 노동자의 고통을 키운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사업주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제도 개선에 반대했다.
이날 논의된 산재법 개정안(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의 핵심은 △업무상 질병은 90일 까지 재해조사를 실시하고, 보다 전문적 조사가 필요할 경우 180일 내에 마무리하도록 법에 명문화한 것이다. 아울러 역학조사를 포함한 재해조사가 늦어지면 피해자에게 산재보험(치료비, 휴업급여 등)을 먼저 적용해주는 선보장 제도가 포함됐다.
법안은 노동계의 숙원이 담겼다. 역학조사 장기화로 노동자가 산재 피해를 인정조차 못 받고 사망하는 비극이 되풀이돼서다. 올해 1~8월 역학조사 평균 소요일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희귀병 조사)의 경우 1,072일, 직업환경연구원(일반질병 조사)의 경우 581일에 달한다. 역학조사를 받던 도중에 사망한 노동자도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159명을 기록했다.
산재보험재심사위원회 위원을 지낸 권동희 일과사람 노무사는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법에 재해조사 기간을 명시할 경우 조사 장기화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 산재보험의 신속한 보상이 가능해진다”고 했다. 유성규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산재보험 선보장 제도가 도입되면 산재가 인정될 때까지 치료비, 임금손실 부담을 노동자와 가족이 감내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영계와 정부는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강섭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 책임위원은 “역학조사 기한을 법으로 명시하는 일은 근로복지공담에 부담을 키워 불합리한 산재 판정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부 측 참석자인 류경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도 “산재보험 적용 범위를 확장하려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선보장 제도는 정부 (예산으로)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했다.
환노위 의원들은 경영계와 정부의 소극적 태도에 유감을 표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산재 피해자 집안은 풍비박산이 나는데 이를 보상할 제도적 대안이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우원식 의원은 “지난달 4일에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하다 암 진단을 받은 뒤 산재 인정을 받기 위해 1,603일 동안 기다리던 최진경씨가 사망했다”며 “역학조사 장기화로 고통받고 억울한 노동자를 구제하자는 게 법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노위는 이날 공청회에서 제기된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을 검토해 법안에 대한 추가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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