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 첫날]
재판 지연·검찰수사 견제 등 현안 질의 지속
사법농단 질의엔 "송구... 재판거래 없었다"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첫날인 5일 여당은 법원의 신뢰를 문제 삼았고, 야당은 검찰의 독주를 지적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더불어민주당은 무리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등 검찰 수사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의 재판 지연 문제를 짚으며 '사법부 신뢰 추락'을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법관 시절 소수자 권리 보호에 힘써왔다는 자평을 내렸다. 그는 "학습지 교사와 방송 연기자의 노동3권 행사를 최초로 보장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면서 "노사관계를 균형 있고 평화롭게 해결하기 위한 원칙을 일관되게 추구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의 '보수 법관 딱지'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이어진 질의에서도 "찾아보면 저보다 진보적 판결을 많이 낸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법부 독립 의지도 천명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이 '지금 대통령 권력이 강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사법부를 독립적으로 지켜낼 각오가 있느냐'고 묻자, 조 후보자는 "평생 헌법과 원칙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며 "삼권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면, 틀림없이 사법권 독립을 수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여야는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보다는 최근 법원·검찰의 현안과 관련한 질문을 쏟아냈다. 자기 당에 유리한 질문을 찾아 조 후보자의 입장을 물으며 각자 주장을 펴는 식이었다. '법원이 규칙을 만들어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 남발을 제지해야 한다'는 서 의원의 비판에 조 후보자는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여전하다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임기 막바지 떠오른 '압수수색 영장 사전 심문 제도'에 대해서도 조 후보자는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은 사법부 편향 논란과 재판지연 문제에 집중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가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건의 1심 선고가 최근 (수사 착수 4년 만에) 나왔는데, 이미 관련자들은 임기 다 끝난 뒤였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형동 의원 역시 최강욱·윤미향 의원 재판 기간 등을 거론하며 "재판 장기화 여부가 그때그때 달랐다"며 "정치적 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사법부 독립은 요원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일반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재판이 지연돼선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대법관 재직 시절 불거진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된 질의에는 고개를 숙였다. '조 후보자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3년 6개월간 함께 일한 만큼 사법농단에 책임이 있다'는 강은미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조 후보자는 "관련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국민에 걱정을 끼쳤던 것은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난 국정운영 협력 및 중대 사건 검토 문건에 대해서도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사법농단 사태) 당시 원세훈 사건과 강제징용 사건의 재판에 영향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그러나 아시다시피 전원합의체는 다양한 성향의 13명이 같이 재판을 하고, 그런 일(재판 거래)은 추호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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