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마라피 화산 폭발로 13명 사망
필리핀에선 나흘간 지진 600회 발생
태평양 국가에다 남미도 지진에 불안
지각 활동이 활발한 환태평양 조산대 지역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화산 폭발로 등산객 10여 명이 사망했고, 필리핀에선 규모 6.0~7.0의 강진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남미 대륙 역시 땅이 흔들리는 등 한동안 조용하던 지각판이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불의 고리’를 끼고 있는 국가들이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5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수색구조국(SAR)은 이날 수마트라섬 마라피 화산에서 시신 11구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오후 화산이 특별한 징후 없이 폭발하면서 분화구 인근에 있던 등산객들이 목숨을 잃거나 화상, 골절상 등을 입었는데,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22명, 실종자는 1명이 됐다. 생존자인 대학생 링가 두타 안드레파는 미국 뉴욕타임스에 “머리 위로 비행기 날아가는 듯한 굉음이 들렸고, 곧이어 사람 머리만큼 큰 바위가 우박처럼 쏟아졌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색팀 160여 명을 현장에 파견했지만, 구조 작업은 난항을 겪었다. 현지 매체 콤파스는 새까만 연기가 하늘을 뒤덮은 탓에 헬기를 띄우기 쉽지 않고, 산에 가득 쌓인 화산재로 길도 미끄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폭발 직후에는 화산재가 산(해발 2,891m)보다도 높은 3㎞나 뿜어져 나왔다. 재폭발 징후마저 이어진다. 아마드 리판디 마라피 감시소 책임자는 “5일에도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총 8시간 동안 다섯 차례의 화산 폭발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인근 필리핀은 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2일 남부 민다나오섬 북동부에서 규모 7.6의 강진이 발생한 후, 5일까지 나흘째 규모 6.0~6.8의 지진이 계속되고 있다. 필리핀 화산·지진학 연구소는 나흘간 600회 이상 여진이 기록됐다고 집계했다.
이번 지진으로 5일까지 3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한때 발령됐던 쓰나미(지진해일) 경보는 현재 해제됐으나, 교량이 부서지고 전력 공급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 또 다른 대형 지진이 올지 모른다는 공포도 여전하다.
방글라데시에서도 수년 만에 가장 강력한 규모인 5.6의 강진(2일)이 발생해 최소 80명이 다쳤다. 아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달 22일부터 남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규모 6.7)와 파푸아뉴기니(6.6), 지구 반대편 남미에 위치한 칠레(5.7)와 도미니카 공화국(5.4)에서도 크고 작은 지진이 끊이지 않는다.
모두 '불의 고리'로 불리는 세계 최장의 지진대,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국가들이다.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북아메리카판 등 7개의 지각판이 맞물려 있어 지각변동이 활발한 지역이다. 전 세계 화산 활동의 75%, 지진의 90%가 이곳에서 발생한다. 불과 2주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불의 고리’ 곳곳이 흔들리면서 대규모 지진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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