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6개월여 만에 풀려나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떼먹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영준 전 이화그룹 회장이 1심 재판 중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 강규태)는 김 전 회장이 청구한 보석을 지난달 23일 인용했다. 재판부는 보증금 5,000만 원과 출석서약서 제출을 보석 조건으로 달았다. 또 사건 관련자에 대한 접촉 및 출국을 금지하고, 위치 추적을 위한 전자장치 부착 의무를 부과했다.
김 전 회장이 풀려난 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구속된 지 6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그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등 혐의로 5월 30일 구속기소됐다. 김 전 회장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267억 원의 체납세금 납부를 피하려 차명계좌와 국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해 373억 원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가족을 계열사에 가짜로 고문 자리에 올리거나, 허위 회계처리를 하는 방식으로 회삿돈 114억 원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은 계열사 주식을 시세보다 싸게 매도하게 하거나 관계사에게 자기 주식을 고가로 매수하도록 해, 각 회사에 100억 원에서 수백억 원까지 손해를 끼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허위 공시로 주가를 상승시킨 후 매도해 74억 원의 부당 이익을 얻은 혐의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계열사 자금 173억 원을 자신이 보유하던 홍콩 상장 해외법인 등에 유출한 혐의도 있다.
김 전 회장 구속으로 이화전기 주식이 거래정지되기 직전 메리츠증권이 이를 미리 알고 해당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했다는 의혹과 관련,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부장 박현규)는 지난달 6일 메리츠증권과 이화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은 메리츠증권이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김 전 회장이 형사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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