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만에 다시 '트리플 감소'
추석·임시공휴일에도 내수 회복 더뎌
4분기 경기 회복 빨간불
회복 조짐을 보이던 한국 경제가 다시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 생산·소비·투자가 ‘트리플 증가’한 지 한 달 만에 모든 경제지표가 일제히 뒷걸음친 탓이다. ‘상저하고(상반기 저조하다가 하반기 회복)' 전망을 고수 중인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진화에 나섰으나, 4분기 경기 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6%, 소매판매 0.8%, 설비투자는 3.3% 각각 감소했다. 세 지표가 일제히 위축되는 ‘트리플 감소’는 7월 이후 세 달 만이다.
생산이 3년 6개월 만에 최대 폭 감소하며 부진의 늪에 빠진 건 수출 회복 흐름을 이끌던 반도체가 고꾸라진 탓이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은 11.4% 줄었다. 올해 2월(-15.5%) 이후 최대 감소 규모다. 다른 주력 품목인 기계장비(-8.3%)‧전기장비(-5.8%) 생산도 크게 위축됐다.
내수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 동향을 나타내는 소매판매가 줄어든 것은 물론, 소비 추이를 나타내는 서비스업 생산마저 0.9% 감소했다. 5월(-0.9%) 이후 플러스(+) 행진을 하던 서비스업 생산이 다시 마이너스(-) 전환한 것이다. 추석연휴 임시공휴일 지정 등 정부의 소비 진작 노력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부는 ‘일시적 후퇴’로 보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8, 9월 높은 증가율로 인한 기저효과, 임시공휴일(10월 2일) 지정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로 생산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트리플 감소를 이끈 반도체 업황에 대해서도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종합정책과장은 “반도체는 보통 분기 말에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4분기 초인 10월에 부진한 흐름을 보인 것”이라며 “반도체 단가가 2년 만에 상승했고, 반도체 재고 역시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10월 반도체 재고는 9.6% 감소했고, D램 가격(생산자물가 기준)은 전월보다 9.9% 올랐다.
그러나 긍정적인 전망만 내놓기엔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고물가로 가계의 구매력이 떨어져 소비 부진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트리플 감소는 반도체 업황 역시 불안정한 상태라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1.4%) 달성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경기 회복 흐름이 내수와 소상공인·취약계층 쪽으로 확산하도록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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