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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오랜 친구' 키신저 별세에…"전설이 졌다" 애도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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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오랜 친구' 키신저 별세에…"전설이 졌다" 애도 물결

입력
2023.11.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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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바이든에 조전 보내며 "깊은 애도"
리창·왕이 등 고위직도 잇따라 추모 메시지
CCTV "키신저는 중미 관계 산증인" 평가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 7월 헨리 키신저(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 7월 헨리 키신저(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29일(현지시간) 별세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중국 정부가 극진하게 애도했다. 1970년대에 고립됐던 중국을 국제사회로 나오도록 해준 ‘라오펑유(朋友·오랜 친구)’에 대한 존중이 담겼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조전(弔電)을 보냈다. 30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은 깊은 애도를 표하며 그 가족들에게도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리창 총리와 왕이 외교부장도 각각 키신저 전 장관의 가족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조전을 보냈다.

중국의 애도 물결은 키신저가 중국에 갖는 의미를 보여준다. 중국은 1940년대 옛 소련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서방과 대립했으나 1950년대 소련과의 관계가 악화되며 고립된 처지가 됐다. 소련을 견제하던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모색했으나, 적대 관계의 역사가 깊어 쉽지 않았다.

1972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식사 자리에서 어색하게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1972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리처드 닉슨(오른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와 식사 자리에서 어색하게 젓가락질을 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미중의 해빙 분위기는 키신저가 1971년 4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계기로 미국 선수단을 중국에 보내는 '핑퐁 외교'를 주도하며 조성됐다. 같은 해 7월 키신저는 '아시아 정기 순방' 명목으로 파키스탄을 방문한 뒤 극비리에 중국 베이징을 찾아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와 회담했다. 이 회담은 이듬해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중 및 마오쩌둥 당시 중국 공산당 주석 회담으로 이어졌다. 양국은 1979년 공식 수교를 맺었다.

중국 방문 보안 유지를 위해 키신저는 "배가 아프다"며 기자들에게 공식 일정을 취소한 이유를 둘러대기도 했다.

중국, 현직 백악관 관리는 안 만나도 키신저는 만났다

1973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 안보담당 특별 보좌관이었던 헨리 키신저(왼쪽) 전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마오쩌둥(오른쪽) 당시 중국 공산당 주석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1973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 안보담당 특별 보좌관이었던 헨리 키신저(왼쪽) 전 미국 국무장관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마오쩌둥(오른쪽) 당시 중국 공산당 주석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올해 7월 100세의 키신저가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을 만난 것 역시 상징적인 장면이다. 미중 정부의 접촉이 전면 중단됐을 때이지만, 시 주석은 키신저를 만나 “중국은 오랜 친구를 잊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애도를 표했다. 중앙(CC)TV는 키신저의 생애를 기리는 2분짜리 특집 영상을 편성해 보도했다. CCTV는 “키신저는 중미 관계의 발언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화석’”이었다고 추모했다. 중국신문망은 "예리한 안목으로 세상의 풍운을 꿰뚫어 본 키신저가 전설적인 일생을 마감했다"고 애도했다.

1971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오른쪽) 전 미국 국무장관이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1971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헨리 키신저(오른쪽) 전 미국 국무장관이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총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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