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징역 6개월·집유 2년 판결 확정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폭행 장면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용구(59·사법연수원 23기) 전 법무부 차관이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과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30일 확정했다.
이 전 차관은 2020년 11월 서울 서초구 자택 앞에서 타고 있던 택시가 잠깐 정차한 상황에서 택시기사의 목을 십여 초간 움켜잡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차관은 도착지를 확인하려는 택시기사에게 "XX놈의 XX"라며 욕을 했고, 택시기사로부터 항의를 받자 그를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차관은 폭행 이틀 뒤 택시기사에게 1,000만 원을 주는 대신 폭행 장면이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도 받았다. 이 전 차관은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죄가 성립되지 않도록) '차가 선 상태로 내려서 깨우는 과정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취지로 말씀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택시기사는 경찰 피해자 조사에서 "블랙박스에 녹화된 폭행 영상이 없고, 블랙박스 판매 업체에서도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거짓진술을 한 뒤 블랙박스 영상을 삭제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8월 이 전 차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수사관이 블랙박스 영상을 보는 상황을 우려하여 삭제한 것은 증거인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운전자 폭행은 제3자의 생명·신체·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은 범행이기 때문에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이 전 차관은 증거인멸을 교사해 형사사법작용에 위험성까지 야기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법원도 올해 3월 "이 전 차관이 법률전문가인 점 등을 종합하면 증거인멸교사의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며 원심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법리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법관 출신인 이 전 차관은 부장판사까지 지내다가 변호사로 개업, 법무법인 LKB앤파트너스에서 대표변호사로 일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비검찰 출신으론 최초로 법무부 법무실장에 임명됐고, 2020년엔 법무부 차관으로 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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