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도소 52년 만에 화원→하빈 이전
호송버스 30대로 수용자 2000명 이송
무장 병력과 헬기 동원 삼엄한 경비작전
28일 오전 9시 대구 달성군 하빈면 감문리. 농토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만 즐비하던 이 조용한 마을이 평소와 달리 차량과 사람들의 행렬로 시끌벅적했다. 이곳은 대구지방교정청 소속 신축 교도소(대구교도소) 건물이 들어선 곳. 이날은 대구교도소가 52년 만에 '화원 시대'를 마무리하고 초현대식 신축 건물이 설치된 하빈면에 자리를 잡는 첫날이다.
45인승 호송버스 6대가 경찰 병력의 호위를 받으며 신축 교도소에 진입하자, 교통통제요원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고막을 시끄럽게 울렸다. 차단기를 넘어 진입한 호송버스는 신축 교도소 안으로 들어가 수용자들을 하차시켰다. 수많은 수용자들을 한꺼번에 옮기는 이 '역사적인 이송 작전'을 위해, 땅에는 무장 병력이 쫙 깔렸고 하늘에선 경찰 헬기 두 대가 주변을 선회했다.
1971년 대구 달성군 화원읍(당시 경북 달성군 화원면)에 자리 잡은 대구교도소는 52년 만에 새 건물로 이전하면서 '사형장 없는 교도소'로 재탄생했다. 경찰과 교정당국은 이삿날인 28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무장요원들을 대거 동원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극도의 경계태세를 갖추고 2,000여 명의 수용자들을 이동시켰다.
새 대구교도소는 26만9,857㎡ 부지에 연면적 6만1,123㎡,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총 28개 동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구 대구교도소와 달리 사형장 시설은 없다. 이제 사형장이 있는 교정시설은 전국에 서울구치소, 부산구치소, 대전교도소 등 총 세 곳뿐이다.
교도관 600여 명과 경찰관 300여 명은 호송버스 30대를 투입해 20분 간격으로 수용자들을 새 건물로 이동시켰다. 호송 행렬의 앞뒤로 경찰 순찰차와 오토바이가 1대씩 따라붙었고, 이동경로 곳곳에도 경찰 병력이 배치됐다.
이날 새 교도소 건물로 옮긴 수형자 중에는 'n번방' 사건으로 징역 34년형을 확정받은 문형욱(별명 '갓갓'), 대구 중년부부 살인사건 범인 사형수 장재진도 포함돼 있었다. 수천 명의 수용자들이 한꺼번에 이동했지만, 경찰과 교정당국의 철저한 대비 덕분에 수용자들의 동요나 집단행동 등 특이사항은 없었다.
52년 만에 텅 빈 공간이 된 화원읍의 구 대구교도소 자리엔 문화시설이 들어선다. 대구시는 구 교도소 10만5,000㎡ 부지에 문화예술허브를 조성해, 국립근대미술관과 국립뮤지컬콤플렉스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달성군도 이곳 교도소 주탑을 전망대로 활용하고 산책로와 야외무대를 꾸미기로 했다.
교도소를 보내는 화원 주민과 새 교도소를 유치하는 하빈 주민들 모두 이전을 환영했다. 옛 교도소 인근 상인들은 "그동안 교도소 때문에 화원 중심에 고층 건물도 못 들어섰는데 이제는 발전할 일만 남았다"고 입을 모았다. 신축 교도소 인근에는 '대구교도소 이전으로 하빈면 더욱 발전합니다' 등 환영 현수막이 여러 개 붙어 있었다. 새 교도소 인근 동곡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인 이필운씨는 "대부분 그린벨트인 지역에 교도소가 들어오면서 인구 유입, 지하철 2호선 연장, 상권 발전 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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