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안감·유가 안정세에
"매파적 동결 기조 이어갈 것"
수정 경제전망은 의견 엇갈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월에도 기준금리를 묶어둘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실상 긴축 기조가 끝나가는 흐름인데, 대외적으론 추가 인상 여지를 놓지 않으면서 시장의 조급한 금리 인하 기대에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금통위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30일 열어 현재 연 3.5% 수준인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논의한다. 또 한 번 ‘현상 유지’ 결론이 나면 2·4·5·7·8·10월에 이은 7연속 동결이 된다. 1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약 1년간 동결 기조가 유지되는 셈이다. 미국(5.25~5.5%)과 상단 기준 금리 차도 2%포인트로 유지된다.
시장에선 한은이 금리를 더 끌어올릴 명분이 부족하다고 본다. 상반기 바닥을 친 경기가 조금씩 반등하고 있지만 아직 반도체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고, 소비와 투자 여력도 저하돼 불안감이 여전한 탓이다. 정부와 한은이 제시한 올해 1.4% 경제 성장률 달성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만을 앞세워 추가 긴축을 단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은의 정책 목표인 ‘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이 약해진 점도 동결 전망에 힘을 싣는다. 국제유가만 봐도 9월 주요 산유국의 지속적 감산에 배럴당 90달러 중반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다시 배럴당 70달러 선으로 하락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무엇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대가 크게 꺾여 한은이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97%로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도 1,300원 전후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관심사는 첫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다. 현재의 고금리를 유지하며 긴축 효과를 지켜보려는 이창용 한은 총재와 금통위원은 단기간 내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개월 연속 3%대 중반을 나타낸 소비자물가 상승률, 6개월 연속 월평균 5조7,000억 원씩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섣부른 통화완화 전환 언급 가능성은 낮다”며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께 발표되는 수정 경제 전망에 대한 전문가 전망은 엇갈린다. 앞서 한은은 내년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한 바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지속으로 경기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한 만큼 한은이 내년 성장률을 소폭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봤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유지하되, 물가 전망치는 소폭 상향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을 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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