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조합총연맹(국제노총ㆍITUC)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노동조합법 2ㆍ3조 개정안’(노란 봉투법) 수용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노란봉투법이 국제 규범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정부가 ‘기업 활동 위축’을 이유로 법안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나온 국제 유력 단체의 압박이다. 대통령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를 검토 중인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27일 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 따르면 뤽 트리앙글레 국제노총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윤 대통령에게 “국제노총을 대표해 노조법 개정안에 지지를 표하며, 한국 노동자들과 함께 개정안에 서명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노총은 167개국 337개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1억9,000만 명을 대표하는 단체다.
국제노총은 노조법 개정안 수용이 국제 규범이라고 강조했다. 트리앙글레 사무총장은 “지난 수십 년간 한국 노동자 대다수는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 단체행동 추진 권리를 부정당했다”며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여러 차례 노조법 2ㆍ3조를 개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한국 정부는 지속해서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인권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해당 법률(노조법) 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고도 강조했다.
현행 노조법의 문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트리앙글레 사무총장은 “국제노총은 (현행) 노조법상의 노동자 정의, 사용자 정의, 노동쟁의 정의, 손해배상에 관한 규정이 노동자를 착취할 가능성을 연다는 점을 깊이 우려한다”며 “한정적인 쟁의행위 범위는 노조 범죄화, 활동가 투옥, 과도한 범칙금, 손해배상청구라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지난 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윤 대통령 앞에 도달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사업주 범위를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로 확대한 것이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조와 교섭할 의무가 생긴다. 아울러 사측이 파업 노동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개별 책임을 엄밀하게 따지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경영계는 물론 정부도 ‘산업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법안 시행을 반대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로 여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노조법 개정은 노조의 불법행위에 특혜를 줘 합리적 노사 관계를 만들어 가는 대다수 노사의 준법의식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규정상 다음 달 2일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이르면 28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경우 국제 노동계와 우리 정부의 갈등이 깊어질 여지도 있다. 지난 20일 태국에서 열린 국제노총 아시아태평양 총회에 참석한 각국 대표 83명은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한국 정부가 ILO의 일원으로서 임무와 국제적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없는 것으로 해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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