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위기 관리 능력 부재가 더 문제"
전산망 마비 때 장관은 디지털정부 홍보
최근 연이어 발생한 국가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를 두고 행정안전부의 전문성 부족과 위기 관리 능력 부재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26일 행안부 등에 따르면 일주일 사이 정부 전산망에 발생한 크고 작은 장애는 4건이다. 17일 공무원용 인증 시스템 오류로 민원서류 발급과 정부24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고, 22일에는 시스템 과부하 탓에 일부 주민센터에서 20분간 주민등록 발급 업무가 지연됐다. 23일에는 국회에서 행안부 차관을 상대로 행정 마비 사태 관련 현안질의가 진행되던 도중 조달청 나라장터 서비스가 1시간 먹통이 되기도 했다. 심지어 이튿날인 24일에도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가 8시간가량 멈췄다. 그 여파로 같은 날 부산 벡스코에서 진행된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에서 모바일 신분증 현장 발급 프로그램이 중단됐다. 디지털정부 성과를 자랑하는 자리에서 제대로 망신을 당한 셈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허둥지둥하느라 대응이 늦었다. 행정망 마비 사태 때는 오류 발생 8시간 만에 정부 공식 입장과 ‘민원 소급 처리’ 지침이 나왔다. 조달청 먹통 현상은 1시간여 만에 복구했지만 원인으로 지목된 ‘해외 특정 인터넷주소(IP) 집중 접속’ 이유에 대한 설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국가기관 전산망 마비’를 사회재난으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 마비 사태까지 벌어지자 그제서야 재난으로 분류해 관리하기로 하는 등 현실인식마저 안이했다.
전문가들은 전산망 장애도 문제지만 ‘위기 관리ㆍ대처 능력 부재’가 더 큰 재난이라고 지적한다. 전산망 장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사용자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신속히 처리돼야 하는 게 원칙인데 정부가 기초 대응조차 실패했다는 것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국가 위상이나 디지털정부 규모에 비해 시스템 관리ㆍ감독이 허술해서 벌어진 ‘인재’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며 “디지털 공공서비스 이용자가 증가하고 시스템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행정이 그에 맞춰 전문화ㆍ체계화되지 않는다면 사고는 계속 되풀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산망 위기 때마다 자리를 비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행보를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전산망 마비 사태 때는 미국 출장 중이었고, 주민등록증 발급 지연, 조달청 먹통 당시엔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에 동행해 또 공석이었다. 24일에는 귀국해 ‘지방행정전산망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했지만, 전산망 오류 원인 분석 최종 결과를 발표하는 25일 정부브리핑에는 불참했다.
대신 이 장관은 ‘2023 대한민국 정부 박람회’에서 디지털정부 민관 협력 선포식에 참석하고 각 전시관을 둘러보며 디지털정부 성과 알리기에 전념했다. 앞선 해외 출장도 모두 디지털정부 홍보를 위해서였다. ‘세계 최고 디지털정부’라는 명성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사태 수습을 지휘해야 할 ‘컨트롤타워’는 늘 없었다. 한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은 “민생 돌보기보다 외부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모습”이라며 “책임자는 책임을 방기하고 일선 공무원들은 주말도 없이 뒷수습을 떠맡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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