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 시한 내달 27일로 재차 못 박아
'러브콜 거부'... 與·尹과는 확실한 선 긋기
한동훈에는 "대구 출마 가능성 없어"
"2년 전 전당대회 때 이곳에서 저는 싸가지 없게 '탄핵의 강'을 넘자고 했고, 약속했던 대선 승리를 이뤄냈습니다. 당당하게 그 실적을 갖고 다음 단계의 제안을 합니다. 제가 더 큰 전쟁의 앞에 서도록 도와주십시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이렇게 강조했다. 최근 모집한 '지지자 연락망' 참여자들을 상대로 대구 엑스코(EXCO)에서 주최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우리의 고민' 토크콘서트 연설을 통해서다. 강당을 메운 1,600명가량의 지지자들은 열렬히 화답하며 연신 '이준석'을 연호했다. 그는 "적어도 말만 앞세우고 성과를 내지 못한 정치인과 다르게 저는 약속한 것을 이뤄냈다"며 "도와주신다면 대구를 미래로 이끌어낼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총선 앞 정치권 지각변동의 중심에 선 이 전 대표가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세 결집'에 나서면서 자신을 둘러싼 신당 창당설, 대구 출마설에 또 한 번 직접 불을 지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을 조목조목 언급하며 "대구의 선택은 달라져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정부·여당과 분명히 선을 긋는 한편, 신당 창당은 당초 예고된 시한(다음 달 27일) 이상으로 늦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날 이 전 대표는 여러 차례 '신당 창당'을 기정사실화했다. 특히 그는 행사에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파격적인 정도의 (국민의힘의) 제안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험해보지 못한 보수정당 민심 이반의 상황"이라며 "통상적 제안이나 의견엔 단호히 거절 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입으로 여당의 러브콜 거절 사실을 밝혀, 신당 창당 대신 국민의힘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세간의 전망을 반박한 것으로 읽힌다.
'대구 출마설' 역시 신당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신당을 창당하고 대구에 출마한다면 절대 혼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충분한 사람과 대화하고 있고 이미 공감의 뜻을 가진 사람도 있다"며 "제가 국민의힘으로 대구에 출마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못 박은 시한을 넘겨 신당 창당을 망설일 생각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복수의 우리당 의원들로부터 전화를 받아서 12월 27일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렸다 판단해주면 어떻겠냐는 얘기를 들었다"며 "죄송하지만 답변은 '더 이상 늦추면 저도 선택할 길이 줄어들게 된다'는 것이었다. 이보다 빨라질 순 있지만, 늦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심 이반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한 윤 대통령과도 재차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대구가) 보수의 본산이라는 이유로 금기시됐던 생각들을 꺼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전 대표는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 사건 은폐 의혹,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 추도식 불참 등을 '한심한 뉴노멀'로 규정하며 "이런 데 적응하는 게 보수라면 우리는 수구가 돼가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자신이 잠재적 경쟁자로 꼽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견제구'도 빼놓지 않았다. 이 전 대표는 연설 초반부에 "어두워지는 대구의 미래를 보며 어느 전몰자 가족에게는 상처일 한국전쟁까지 되짚어서 대구를 찬양하기엔 마음이 아려온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7일 대구를 찾은 한 장관이 대구 시민들을 존경하는 이유로 '6·25전쟁 과정에서 도시를 내주지 않고 자유민주주의를 끝까지 싸운 것'을 제시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날 이 전 대표는 한 장관에 대해 "대구 출마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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