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수 검거 '감시팀' 경찰 2명만 특진
"현장 형사는 버림받았다" 항의 이어
표창만 받은 현장 검거팀 김경수 경사
22일 경찰 내부망에 "특진 강취" 주장
탈주범 김길수(36)를 붙잡은 경찰관 특별 승진을 두고 경찰 내부에서 불합리한 특진이라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김길수를 현장에서 검거한 의정부경찰서 소속 김경수 경사는 22일 경찰 내부망에 특진 대상이 갑자기 뒤바뀌면서 부당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통신내역 등을 분석해 김길수 검거에 공을 세운 감시팀만 특진하면서 현장 검거팀이 특진에서 소외됐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발로 뛴 경찰은 왜 특진 안 시켜주나"
논란은 10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에 김길수 검거 경찰 특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오며 불거졌다. 익명의 작성자는 "김길수를 현장에서 검거한 형사는 버림받았다"며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며 추적해 현장에서 김길수를 잡은 형사는 특진 명단에서 제외된 채 아무 쓸모 없는 표창 하나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작성자는 저항하는 김길수를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에서 체포한 김 경사와 안양동안경찰서 소속 서형렬 경감이 특진하지 못하고 경찰청장 표창을 받은 데 대해 불만을 터트렸다. 당시 김길수를 체포한 다른 강력팀 형사 2명은 특진은 물론 표창도 수여되지 않았다. 반면 김길수 지인의 통신내역을 분석해 김길수를 찾아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의정부경찰서 이선주 경사와 안양동안경찰서 김민곡 경장은 각각 경위, 경사로 특진했다.
작성자는 "일선 경찰관들은 안 그래도 힘든데 내부 불공평 때문에 사명감과 직업의식마저 사라지고 있다"며 "특진을 시켜줄 거면 다 같이 시켜주지 왜 현장은 소외시키느냐"고 따졌다. 해당 글에는 "특진이 2장 내려왔는데 밀착 감시해서 공중전화 번호를 알려준 여경과 상황실로 번호를 전파한 경찰만 특진하고, 정작 수갑을 채운 형사는 특진을 못 했다" 등의 비판 댓글이 이어졌다. 이 경위를 겨냥해 여성 경찰이라 특혜를 받은 것이라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경찰 측은 "검거한 형사들도 모두 특진했으면 좋았겠지만 특진에 정원이 정해져있어 주공(主功)자를 자체 판단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경우, (수일째 김씨 검거에 난항을 겪는 등) 정보 입수 난도가 상당히 높았던 점을 감안할 때 특진 대상 선정엔 잘못된 것이 없다"고 언론에 해명했다.
"특진 여경, 검거 유공 사실과 달라"
하지만 특진한 이 경위의 공적을 두고도 논란이 됐다. 경찰은 "검거 당시 이 경위와 김민곡 경사가 김길수와 연인관계인 여성을 밀착 감시해 일반 휴대폰 번호와 다른 번호가 뜬 것을 보고 즉시 전파한 공로를 인정해 특진 임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거 당시 이 경위는 김길수의 다른 지인을 감시 중이었고, 김길수는 A씨의 휴대폰이 아닌 일하던 가게의 유선전화로 전화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에 의정부서는 "이 경위가 검거 당일만 다른 지인을 감시했을 뿐 결정적 역할을 한 건 확실하다"며 "특진이 정해지기 전 이미 내부에서 김길수 위치를 알린 감시팀이 주공, 검거팀이 조공으로 확정됐다"고 재차 해명했다. 그러면서 "경위로 승진할 수 있는 정원이 (한 명) 배정됐는데 주공인 감시팀에 (경위 승진 대상자인) 경사가 이 경위뿐이었다"고도 덧붙였다.
"위에서 찍어내린 특진 인사 아니냐"
하지만 22일 오후 6시 경찰 내부망에 '김길수 특진 과정의 진실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김경수 경사는 이를 정면 반박했다. 김 경사는 이 글에서 "김길수를 검거해 당직반에 인치한 뒤 몇십여 분 지나 도경(경기북부경찰청)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승진대상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 물어, 팀장님과 동생들의 배려로 저를 승진자로 결정해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후 감시팀에서도 공적이 있다고 주장해 감시팀 소속 B 경위도 함께 승진 대상자로 올렸다.
하지만 이후 김 경사도 B 경위도 아닌 이선주 당시 경사가 대상자로 선정됐다. 김 경사가 이 경사가 갑자기 특진 대상자가 된 이유에 대해 묻자 감시팀장은 "위에서 찍어서 내려보낸 지시라 모른다"고 답했다. 형사과장은 "당연히 김 경사를 상신하려고 했는데 감시팀에서 극렬하게 반대해 어쩔 수 없이 이 경사로 바꿨다"고 했다.
이에 김 경사는 "검거팀에는 어떤 의견 청취, 통보, 언질도 없이 과장님과 감시팀이 수십 분 사이에 특진 대상자를 바꿨다"며 "말 그대로 계급장을 강취당했다"고 분노했다. 그는 "형사 생활을 하면서 탈주범을 잡는 것은 로또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의 크나큰 행운이자 영광"이라면서 "그런데 탈주범을 잡고도 다른 팀에 이런 식으로 강취당하는 것이 로또보다 더 큰 확률"이라고 반발했다. 또 "언론에는 '팀 공적'이라고 갑자기 말을 바꾸고 있다"면서 "제발 거짓말은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특수강도 혐의로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김길수는 4일 오전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가 도주했다. 경찰은 경기남부, 경기북부 등 4개 시도 경찰청 간 공조로 추적 수사를 벌여 도주 사흘째인 6일 오후 9시 25분 의정부의 거리에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던 김길수를 역추적해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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