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여부에 "충분히 얘기했다"
'여의도 화법'으로 즉답 피해
'공직 이용한 정치 행보' 비판도
요즘 정치권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다. 공직자이지만 이미 정치인보다 더 정치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대중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를 놓고 '공직을 이용한 체급 키우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장관은 22일 국회를 찾아 '지방소멸 위기, 실천적 방향과 대안' 세미나에 참석했다. 그는 축사에서 "지방소멸을 막고 인구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여와 야의 문제도, 진영의 문제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문제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외국인의 자발적인 기여를 유도하고, 그로 인해 내국인들이 가질 수 있는 불안감을 다독이는 제도를 잘 운영하는 나라가 세계를 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장관의 최근 일정은 법무부 장관 업무에 속한다. 이날 언급한 지방소멸 문제도 한 장관이 중점 추진하는 이민청 설립 등 외국인·이민 정책과 맞닿아 있다. 앞서 17일 대구 방문은 범죄피해자 심리치유, 21일 대전 방문은 외국인 사회통합프로그램 관련 행사다. 24일 찾을 울산에서는 조선업 숙련기능인력 도입과 과학기술인재 유치를 강조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 장관의 거취에 온통 시선이 쏠리면서 그의 발언은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본인 스스로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 명이 쓰는 언어를 쓰겠다" 등 당초 일정의 취지와 무관한 메시지를 쏟아내며 정치적 해석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에 한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한 장관은 관련 질문에 'NCND(긍정도 부정도 아님)'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도 '총선 출마 가능성이 제로인가'라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 충분히 말씀드렸다'는 답으로 갈음하겠다"고 슬쩍 피해갔다. 그는 앞서 "제게 중요한 일이 많이 있다.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겠다"며 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여의도 화법'을 구사하며 대중의 흥미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 같은 행보가 총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정치적 체급'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장관직을 곧장 내려놓고 총선 출마군에 속하면 현재와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권에선 한 장관을 총선 핵심 전력으로 보고 있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상황에 맞춰 한 장관의 거취를 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다.
공직을 이용한 정치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본인이 정치인이라고 얘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비판이 쉽지 않다"면서도 "엄격하게 말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에 위배된다. 불가피한 정치 현실이지만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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