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조리 로봇 첫 공개
시범학교 조리원들 "성능 만족"
7명의 조리원이 전교생 654명의 급식을 만드는 서울 성북구 숭곡중학교에는 올해 2학기부터 '손'이 4개 늘었다. 수백 명이 먹을 음식을 볶고 끓이고 튀기는 중노동을 대신하는 것은 인간이 아닌 로봇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숭곡중에 도입한 조리 로봇 4대를 22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숭곡중 급식실에 배치된 조리 로봇은 볶음용 2대, 국탕용 1대, 튀김용 1대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대규모 로봇 융합모델 시범사업'에 서울시교육청·한국프랜차이즈협회·한국로보틱스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10억 원 상당의 조리 로봇이 설치됐다.
이날도 로봇들은 대형 솥에서 김치를 볶았고, 튀김기에서 닭을 튀겼고, 볶음밥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냈다. 사람이 손질한 재료를 넣으면 무겁고 뜨겁고 위험한 조리 과정을 대신하는 것이다. 그날그날 급식 메뉴에 맞게 회전 속도, 조리 온도 등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명령이 내려진다.
서울시교육청은 "로봇 도입이 조리 흄과 높은 노동 강도로부터 조리 종사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경남 고성시의 농산물 선별장에서 로봇이 박스로 오인한 노동자를 압착해 숨지게 한 사건처럼 로봇 자체가 위협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안전대책도 있다고 강조했다. 로봇에 사람이 접근하면 동작을 멈추는 센서, 조리원과 로봇의 작업 영역을 구분하는 바닥의 붉은 테이프 등이다.
아직 시범 사업 단계지만 로봇들이 고온의 기름에서 발생하는 미세 분진인 조리 흄 때문에 조리원이 폐암까지 걸릴 수 있는 급식실에 구원의 '손'이 될 수 있을까. 일단 숭곡중에서 로봇과 함께 일한 이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시교육청이 지난달 초 조리원 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근무 여건 개선에 도움이 됐고, 로봇이 없을 때보다 업무량이 줄었다는 답변이 80%를 넘었다. 조리원 대부분은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시교육청은 조리원을 구하기 힘든 학교를 중심으로 로봇 배치를 늘릴 방침이다. 숭곡중에서 조리 로봇을 직접 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인력이 부족한 학교를 중심으로 도입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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