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연설 이어 영 의회 영어 연설
수교 140년... 양국 미래·현재·과거 조명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 제언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영국이 낳은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영국 의회 연설을 마무리했다. 140년에 걸쳐 다져온 양국 간 우정이 국제사회가 직면한 도전들을 기회로 바꿔줄 매개가 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라며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찰스 3세 국왕의 취임 후 첫 국빈으로 영국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3,800자 분량의 연설을 영어로 소화하며 한영 수교 140년의 의미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영어 연설서 한영 140년 되짚으며 미래비전 제언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양국 간 지난 140년을 조목조목 되짚고, 양국 간 새로운 미래에 대한 구상을 소개했다.
우선 "한국은 유럽 국가 중 영국과 최초로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며 수교 직후 영국 선교사들이 한국 독립에 기여한 사실을 평가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 명의 군대를 파병한 사실도 강조했다. "이들 중 1,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국민들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며 "'우리는 행동으로 기억된다'는 글로스터 부대의 구호처럼 영국군의 숭고한 희생은 한국인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날 의회 연설에 참석한 6·25 참전용사이자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튼 갓 탤런트'의 2019년 우승자인 콜린 태커리를 가리키며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영국이 한국전쟁 후 유엔한국재건단에 두 번째로 많은 2,684만 달러를 출연하고 고리원자력발전소와 울산공대 설립을 지원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도움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기적과도 같은 성공 신화를 써내려 왔다"고 했다..
안보, 경제, 디지털규범, 문화 '협력' 강조
한영 양국의 현재를 '새로 도약하는 전환점'이라고 규정했다. 순방 기간 발표될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을 개시하는 내용을 포함한 '한영 어코드'를 소개하며 "이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고 선언했다. 양국 협력의 지평을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등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영국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에 나오는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는 구절을 인용,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며 양국의 미래상을 제언했다. 안보 분야의 도전과 관련해 "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규범과 국제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했고, 경제 분야의 도전에는 "원자력을 비롯한 청정에너지 확대를 도모하며 기후 취약국들의 그린 에너지 전환 노력을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디지털 규범 정립에 대해선 "영국이 제안한 'AI 안전네트워크' 및 유엔의 'AI 고위급 자문기구'와 긴밀히 협력해 AI 디지털 규범 정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소통과 협력을 견인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화적·인적 교류의 증진을 강조하면서 "영국이 비틀스,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전 참전 기념비, 무명용사의 묘 찾아 헌화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영국 의회 연설 전 한국전 참전기념비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 왕실 대표로 참석한 글로스터 공작과 함께 한국전 참전 기념비 헌화식에 참가해 "앞으로 영국 참전용사들과 가족, 후손들을 각별히 예우해 나가겠다"고 했다. 무명 용사의 묘를 찾은 자리에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의 명복을 빌고, 한영 양국이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함께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해 계속 기여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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