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 로켓 성능 점검 때 자문 역할 추정
김정은 방러 때 추진체에 관심 보여
"2차 때와 궤적 같아 설계 변경은 없는 듯"
북한이 21일 심야에 기습적으로 발사한 세 번째 군사정찰위성을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실패를 자인한 두 차례 발사 때와 단적으로 달라진 점은 '뒷배' 러시아의 지원이다. 5월과 8월 1·2차 발사 때 발목을 잡은 2단 로켓 관련 기술을 보완하는 데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다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역할이 기술 이전이나 지원에 깊숙이 개입하기보다 단순한 자문에 그쳤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 이번 3차 발사가 아니라 향후 이어질 수차례의 위성 발사에서 북러 협력의 진상이 드러날 전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은 양국의 위성 발사 기술 협력을 상징한다. 당시 김 위원장은 우주기지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로켓 엔진의 추진력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열의를 보였다. 두 차례 발사 실패를 극복하려면 엔진 성능이 관건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미 당국은 북러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기술진이 실제 북한을 방문해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19일 KBS 일요진단에 나와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엔진의 문제점은 거의 다 해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위성 발사에 쓰인 신형 2단 로켓이 높은 고도에서도 제 성능을 낼 수 있도록 결함을 보완하는 데 러시아의 조언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러시아의 군사 기술이 북한에 이전된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2019년부터 탄도미사일용 고체연료 개발을 본격화했는데, 이는 러시아의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이 모체라고 할 수 있다"며 "1960년대 구소련의 프로그(FROG) 로켓을 시작으로 스커드, 노동, 무수단 계열 미사일을 비롯해 최신 전술유도탄과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러시아 미사일과 겉모습 및 기술적 특성이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북한에 의미 있는 로켓 기술을 지원하기에는 2차 발사 실패 이후 3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북한이 통보한 위성 낙하지점이 8월에 발사한 2차 때와 동일하다는 건 궤적이 같다는 뜻"이라며 "엔진의 성능 개량이나 설계 변경 등 높은 차원의 기술 지원 없이, 기존 엔진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구체적으론 "러시아 기술진들은 북한이 제공한 2차 발사 당시 텔레메트리(원격 측정한 비행 정보)와 지상시험 데이터를 보고, 개선 포인트를 짚어주는 수준의 조언을 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위성 발사가 단순한 자문에 그쳤더라도 앞으로 북한이 쏘아 올릴 다수의 위성에는 본격적으로 러시아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앞으로 최소 5개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려야 한다"며 "이번 발사를 이정표 삼아 북러 양국은 중장기적으로 전략적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