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수준 유지
보유세 등락, 지역별로 달라
"공시가 현실화 재검토"
정부가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했다. 올해 시세 변동폭이 지역별로 엇갈린 점을 고려하면 내년 주택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비수도권은 소폭 감소하거나 올해와 유사한 반면, 수도권은 주요 아파트 단지 중심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수립 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내년도 현실화율은 올해와 동일하게 2020년 수준으로 유지된다. 공동주택은 69%, 단독주택은 53.6%, 토지는 65.5%다. 문재인 정부가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에 담긴 내년도 목표치보다 6.6~12.3%포인트 낮은 수치다.
현실화율이 동결됐지만 집값이 오른 지역에서는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일보가 우병탁 신한은행 압구정역기업금융센터 부지점장에게 보유세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마래푸·전용면적 84㎡)의 1주택자는 보유세로 올해 252만6,000원을 냈는데 내년에는 283만7,512원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도 공시가격(12억4,245만 원)이 올해(10억9,400만 원)보다 13.5%가량 오르면서 내년부터는 종합부동산세까지 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시세에 현실화율을 곱한 가격이다.
비수도권 상황도 마찬가지다. 부산 해운대구 대우마리나 1차(전용면적 134㎡)와 광주 남구 한국아델리움(전용면적 155㎡) 등 지방 주요 아파트도 내년도 보유세가 각각 6.45%, 6.88%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들 아파트의 내년도 보유세 추정치는 재산세에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가정하고 산출됐다. 정부가 내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해처럼 1주택자에 한해 43~45%로 유지한다면 보유세는 추정치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우 부지점장은 “내년도 보유세는 지역과 주택 가격대에 따라 차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는 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실행한 결과, 공시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했기에 기존 계획 고수는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기존 계획에 담긴 연도별 현실화율 목표치를 수정하는 정도로는 부작용을 고치기가 어렵다고 판단, 현실화 계획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내년 하반기에 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필요하면 현실화 계획을 담은 관계 법령까지 고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현실화 계획을 대수술하기보다 현실화율을 동결하는 임시방편을 선택했다고 평가한다. 국회가 세율을 조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집값 산정 방식을 건드려 세금 부담을 줄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다만 다수 전문가는 ‘집값 상승기에 무리하게 현실화 계획이 도입됐기에 언젠가는 수정해야 했다’고 주장한다. 시세가 떨어져도 공시가격은 오르도록 현실화 계획이 설계된 탓에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등 일반 주택까지 현실화 목표를 도입한 것은 사실상 증세가 된다는 점에서 무리였다”면서 “현실화 계획에 대한 수정과 보완이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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