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0시~다음달 1일 0시 발사' 일본에 통보
김정은, 동창리 찾아 직접 발사장면 참관 가능성
북한이 이르면 22일 새벽 군사정찰위성을 또다시 발사할 전망이다. 5월과 8월 연거푸 실패한 이후 세 번째다. 앞서 두 차례와 달리 러시아의 노골적인 기술지원으로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는 발사 성패와 상관없이 맞불 차원에서 2018년 남북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을 정지할 방침이다. 어떻게든 위성을 쏘아 올리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오기가 도발 야욕을 부추겨 한반도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은 21일 일본 해상보안청에 '22일 0시부터 다음 달 1일 0시 사이에 인공위성을 발사하겠다'고 통보했다. 해상보안청은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수로기구(IHO)의 세계항행경보시스템에 따라 한반도 근해를 포함한 서태평양 일대의 ‘항행구역 경보’ 조정을 전담한다. 북한은 5월과 8월 발사 때도 일본 측에 사전 통보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정찰위성을 평화적 목적으로 발사한다고 선전하기 위해서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3차 발사 시점과 관련, “1차·2차(발사) 때는 (예고 기간의) 첫날, 좀 더 구체적으로는 새벽에 발사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런 가능성을 보고 있고, 또 기상 관계도 봐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예고한 첫날 발사' 패턴을 반복해왔다. 1차 발사 당시 '5월 31일 0시부터 6월 11일 0시 사이' 발사를 예고했는데, 첫날인 31일 오전 6시 29분 발사 버튼을 눌렀다. 2차 발사 때도 '8월 24일 0시부터 8월 31일 0시 사이'로 예고하더니 첫날인 24일 오전 3시 50분 위성을 쐈다. 자연히 3차 발사시점도 예고기간 첫날인 22일이 유력하다.
22일 오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지역에는 눈 또는 비가 예보됐다. 북한이 첫날 발사를 노린다면 기상상황을 고려해 새벽 이른 시간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군 당국은 우선 22일 오전 6시 이전을 북한의 ‘H-아워’(도발시점)로 보고 발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1·2차 발사 때와 마찬가지로 해군 함정을 북한의 발사체 낙하 예상 해역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해군이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 달 넘게 북한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김 위원장이 발사장을 직접 찾아 참관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찾아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우주분야 협력을 공식화했다. 이번 3차 발사가 성공한다면 김 위원장의 치적으로 대대적인 선전에 나설 전망이다. 북한이 잇따라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 엔진 계통 문제를 불과 석 달 만에 해결할 수 있는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정부는 북한의 위성 발사 시도 자체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규탄하며 국제사회와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안보리 대북제재는 북한의 모든 탄도미사일과 그 기술을 이용한 비행체 발사를 금지했다. 우주 발사체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도 전용할 수 있다.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전 대변인은 “북한이 경고에도 불구하고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강행한다면 우리 군은 국민의 생명·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맞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이 이날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미 핵항모를 한반도에 투입한 건 지난달 12일 로널드레이건함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북한이 실제 위성을 발사할 경우 곧바로 한미군사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해군은 칼빈슨함 전개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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