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진행했지만 보정 계약 무산
"촬영본 파기하겠다" 약속했지만
무단 유출해 블로그에 사진 게재
"신체 촬영 전문이니 주의할 의무"
속옷 차림의 여성 보디프로필 사진을 동의 없이 유출한 사진작가가 피해 여성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일 대구지법 제3-3민사부(부장 손윤경)는 최근 A씨가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2020년 4월 보디프로필 사진작가 B씨를 헬스 트레이너인 C씨로부터 소개받았다. A씨는 B씨와 보디프로필 사진 촬영 및 보정 계약을 맺고 계약금도 입금했다. 같은 해 7월 촬영이 진행됐다. 신체 근육을 강조하는 보디프로필 특성상 A씨는 속옷을 입고 촬영에임했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사진 전체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송한 뒤 보정할 사진을 고르고 잔금을 입금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A씨는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잔금을 입금하지 않았다. 그사이 B씨는 임의로 사진 2장을 보정해 A씨와 C씨에게 각각 전송했다. A씨는 B씨에게 "원하던 콘셉트와 맞지 않아 보정은 안 하겠다"며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B씨는 "촬영한 사진은 폐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얼마 후 C씨가 사업장 홍보 블로그에 자신의 보디프로필 사진을 두 차례에 걸쳐 올린 것을 발견했다. B씨가 C씨에게 자신의 사진을 유출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큰 충격을 받은 A씨는 정신과 진료와 상담 등을 받았다. 결국 A씨는 B씨를 형사 고소했고, B씨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라며 민사소송도 함께 제기했다.
재판부는 "타인의 노출된 신체를 전문으로 촬영하는 보디프로필 사진작가는 촬영 사진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엄격한 주의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모델이 아닌 일반인인 A씨로선 속옷 차림이었던 점이나 촬영 자세 등을 고려했을 때 촬영물을 타인이 볼 경우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C씨에게 촬영물을 보내줘도 되는지 미리 허락을 구하지 않았고, 촬영물을 전송한 후에도 A씨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는 금전으로나마 원고가 입은 정신적인 고통을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의 신체가 노출된 정도, 사진의 개수 등을 고려해 금액은 200만 원으로 정한다"고 밝혔다.
A씨 사진을 무단 게재한 C씨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촬영물을 의사에 반해 반포했다는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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