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통화 달러로 대체·중앙은행 폐쇄' 공약
경제학 교수 출신… 극단적 자유지상주의자
막말·기행으로 '아르헨의 트럼프'·전기톱맨 별명
'중앙은행 해체, 장기 매매·신생아 매매·마약의 합법화, 아르헨티나 통화인 페소를 달러로 대체, 총기 소유 허용, 임신중지(낙태) 금지...'
19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당선된 하비에르 밀레이(53)의 공약들이다. 밀레이는 혐오를 부추기는 막말과 기행으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의 미국처럼 아르헨티나도 극심한 분열과 갈등으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보인다.
1970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버스기사의 아들로 태어난 밀레이는 정계 입문 5년 만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20여 년간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친 그는 TV 토론 프로그램 패널과 라디오 DJ로 인지도를 높였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좌파와 우파 모두 싸잡아 비판하며 인기를 끌었다. "무능한 정치 체제를 폭파시키겠다"는 일성으로 2018년 자유전진당을 창당했고 2021년 하원의원에 처음 당선됐다.
이때까지 밀레이는 존재감이 미미한 '아웃사이더'였다. 지난 8월 군소 대선 후보를 걸러내기 위한 예비선거에서 깜짝 1위를 했을 때만 해도 '반짝 돌풍'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페론주의(좌파 포퓰리즘 정책)를 내건 집권여당의 경제 실정에 지친 민심은 밀레이를 선택했다.
전기톱 휘두르는 자칭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자'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자"를 자처한 밀레이는 시스템을 전면 부정하는 극단주의 포퓰리즘으로 표를 모았다. 정부 지출을 대폭 삭감하겠다며 전기톱을 들고 선거 운동을 하는가 하면, 무능한 중앙은행은 아예 없애겠다고 했다. 힘을 쓰지 못하는 페소화의 가치를 되살리려 애쓰느니 달러화를 쓰겠다고 했고, 시장 지상주의자로서 장기와 신생아 매매 합법화도 예고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밀레이의 정치 스타일은 트럼프를 닮았다"고 짚었다. 밀레이는 대선 과정에서 "내가 패배하면 선거를 도난당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선거 결과에 불복할 것을 예고했다. 언론과 비판자들을 거칠게 공격하고 기후변화를 거짓말로 치부한다는 점도 닮았다. 독특하게 연출한 헤어스타일도 공통점으로 꼽힌다. 밀레이의 헤어스타일은 영화 '엑스맨' 시리즈의 주인공 울버린과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를 본뜬 것이다.
"교황은 악마, 국가는 소아성애자"...막말로 악명
밀레이는 입이 매우 거칠다.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을 "망할 공산주의자, 악마, 똥덩어리"라고 불렀고, "사회주의자는 쓰레기, 인간 배설물"이라고 주장했다. 언론 인터뷰에서 부패한 정부가 국민의 돈을 강탈한다고 주장하면서 "국가는 유치원의 소아성애자"라고 했다.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빅토리아 비야루엘(48)은 방탄소년단(BTS)을 "성병 이름 같다"고 조롱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독신인 밀레이는 개 다섯 마리를 키운다. 코난은 2017년 죽은 뒤 5만 달러(약 6,400만 원)를 주고 복제한 개다. 나머지 네 마리에는 밀턴 프리드먼, 로버트 루카스 등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이름을 붙였다. 퍼스트레이디 역할은 여동생 카리나(51)가 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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