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짜리 장편소설 '황금종이' 출간
운동권 출신 변호사 주인공 중심으로
돈에 얽힌 비극들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
"인간 실존 탐구한, 3기에 속하는 작품"
“국어사전에서 '오욕'(다섯 가지 정욕을 일컫는 불교 용어)을 설명할 때 재물욕을 가장 먼저 쓰는 것, 그것이 인간 실존을 밝히는 열쇠입니다. 모든 인간의 공통된 욕망은 곧 돈과 직결되는 것이죠.”
조정래(80) 작가가 장편소설 ‘황금종이’로 돌아왔다.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 이후 4년 만이다.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이번 작품으로 자신의 문학 인생 3기를 열었다고 소개했다. "민족 현실과 모순, 사회 갈등을 쓴 1, 2기를 떠나서 인간의 실존과 본성, 욕구를 탐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에게 끝없이 야기되는 비극적 현실이 어디서 기인하는가를 평생에 걸쳐 생각해보니 돈의 문제로 귀결됐다고 한다.
총 2권인 이번 소설은 그 고뇌의 결과물이다. 여든이 넘은 노작가는 5개월간 매일 같이 써내려 간 끝에 원고지 약 1,800매 분량의 이야기를 완성했다. 촉망받는 검사였으나 재벌 비리에 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밀려나 인권 변호사로 일하는 ‘이태하’를 중심으로 그에게 접수되는 사건들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했다. 아버지가 어머니 몫으로 남긴 유산마저 빼앗으려 소송을 건 딸,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아버지의 금고를 습격한 형제들의 난타전 등 돈을 둘러싼 인간 군상들의 비극을 극사실주의적으로 소묘했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서 작가는 독자를 향해 묻는다. '당신은 어디에 속하는가.'
이태하와 그가 따르는 선배 '한지섭'은 작가의 메시지 그 자체다. 한지섭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귀농한 인물이다. 조 작가는 운동권 출신의 두 인물을 통해 "최소한의 소설적 구원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오늘의 민주화를 이룬 운동권, 옛 386세대가 비난받는 현실이나 그들이 갖고 있던 첫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노력한 이상적인 인물을 그려냄으로써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작가는 "이 세상이 엉망인 죄를 따지면 99%는 지식인 탓"이라며 "그들의 권력이 결탁해 만들어 낸 것"이라고 직격했다. 한편으로는 현실을 신랄하게 고발하면서 '내가 이렇게 쓴들 얼마나 바뀔까' '나 또한 실패하리라'는 생각을 했다는 작가. 그는 "60년을 쓰고도 제가 바라는 사회는 오지 않겠죠"라면서도 "그러나 노력하다가 죽는 것이 작가"라고 말했다.
그는 3기를 이을 마지막 작품 준비에 이미 들어갔다. "우리 영혼의 문제와 내세를, 불교적 세계관을 가지고 쓰면서 제 문학 인생을 마칠까 합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