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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과 전쟁의 상관관계

입력
2023.11.17 17: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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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주요 기업인과 만찬에 앞서 연설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주요 기업인과 만찬에 앞서 연설을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이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미국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미·중 정상회담보다는 시 주석과 미국 기업인들 만찬이었다. 백악관은 정상회담 분위기를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는 정상 간 견해차가 클 때 주로 사용하는 표현이다. 반면 만찬에서 시 주석은 미국과 세계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쏟아냈다. 그는 “중국은 결코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사가 없다”며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양국 우호 상징인 판다를 다시 미국에 보낼 것이란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무역이 활발하면 전쟁 가능성이 적다”는 명제는 18세기 몽테스키외와 이마누엘 칸트에서 유래한 자유주의 가설이다. 전쟁 직전 무역이 급격히 위축됐던 제2차 세계대전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입증한다. 2020년 중국과 인도 국경충돌이 1962년처럼 확전되지 않은 것도 양국 교역이 성장했던 요인이 크다. 반례 역시 많다. 제1차 세계대전은 영국 프랑스 독일 간 무역이 활발한 상황에서 발발했다. 현재 한·중·일과 동남아시아도 대규모 무역이 유지되면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같은 무역정책의 차이가 자유주의 가설 성립의 결정적 변수라는 이론도 있다. 무역에 시장원칙이 강하게 적용될수록 정부의 자국 이익 일방적 정책이 줄어들고 호혜성이 중요해져 전쟁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시진핑 만찬을 두고 “독재자와 화해“라는 거센 비판에도 미국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하는 모습에서 평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은 일본의 호전적 통치자가 기업을 맘대로 할 수 있어 가능했다. 반대로 1961년 해리 트루먼 당시 미 대통령의 유명한 경고처럼 기업이 돈에 눈이 멀어 정부에 전쟁을 유도할 때도 일어난다. 평화는 국민의 의지보다는 정부와 기업의 건전한 긴장 관계 속에서 유지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주요 기업 회장들이 줄줄이 조연으로 따라가는 모습은 자유무역 옹호자의 눈으로 볼 때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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