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겨울의 언어' 출간한 김겨울 작가 인터뷰
주로 북튜버(책을 소개하는 유튜버)로 수식되곤 하지만 '김겨울'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란 도통 힘든 일이다. 구독자 26만 명의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MBC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를 진행하는 라디오 DJ이자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 한때 음악을 만들었고 종종 시를 지으니 음유시인이라 부를 수도 있겠다. 약술하기 힘든 사람이 꼭 자신과 같이 한마디로 요약하기 어려운 산문집을 냈다. 이름하여 '겨울의 언어'(웅진지식하우스 발행).
지난달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김겨울(32) 작가는 신간에 대해 말할 때면 연신 "쑥스럽다", "부끄럽다"를 반복했다. 지금까지 단독 저서만 총 일곱 권을 내고 수차례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작가치고는 새삼스럽게 두 볼까지 빨개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활자로 내어놓기는 처음이다.
"제 (유튜브) 채널의 주인공은 책이라는 원칙이 있어요. 제 얘기보다는 이 책이 어떤 책이고 나는 이 책을 이렇게 읽었다는 식의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하죠. 그런데 이 같은 상태로 유튜브를 6년을 했더니 '겨울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해소를 해드리는 것도 좋겠다 싶었죠."
책은 2016~2023년 여러 매체에 썼던 글 중 흐름에 맞지 않는 글을 제외하고 최소한의 개고 후 엮은 것이다. 200자 원고지 1,500매 분량의 글을 벼렸고 발표하지 않은 여섯 편의 글이 함께 실렸다. 이전까지 그는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를 두고 전달하는 것이 저자로서의 책임이라 생각했지만, 여러 매체에 산발적으로 기고한 글을 엮은 책에서는 애초에 그런 기획이 가능하지 않다. 그는 서문에서 말한다.
"이 책은 처음으로 전체를 묶어내는 한 문장의 설명이 없는 책이다. 책 전체를 조망하고 쓴 글이 아니었으므로 그러한 전망을 가질 수 없었다. (...) 말인즉슨 이 책이 곧 내가 오로지 김겨울로 쓰는 첫 책이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그리하여 책에는 수많은 김겨울이 등장한다. 봄에 태어났으나 겨울을 좋아하는 겨울. 취업과 결혼, 출산을 거부하고 철학과 대학원 입학을 선택한 겨울. 어딘가에 존재할 청취자를 상상하며 일요일 이른 아침에 시작하는 라디오 방송을 준비하는 겨울. "요즘 누가 책을 읽느냐"는 조롱 속에서도 책만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가치를 자신 있게 옹호하는 겨울. 절판된 책을 구하기 위해 같은 책을 열네 권 주문한 겨울. 그래서일까. 진은영 시인은 추천사에서 "나는 지금, 그 모든 김겨울을 읽는다"고 썼다.
북큐레이션을 전업으로 하는 장서가이자 애서가인 만큼 책의 만듦새도 진지하게 고민했다. 스스로 책의 전체 청사진이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독자인 만큼, 저자의 입장에서도 흐름과 구성에 많은 고민을 쏟았다. 1부에는 그의 자의식을 구성한 다소 묵직한 글들이 페이지를 넘길수록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가뿐한 글로 옮겨간다. 중간중간 서정적인 사진들이 독자로 하여금 쉼의 순간을 제공하는데, 이 역시 모두 김 작가가 직접 찍은 것들이다.
'내가 읽었을 때 재밌는 책만 소개한다'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으며 책에서, 라디오에서, 유튜브에서 종횡무진 독자를 독서의 세계로 초대하는 김 작가는 스스로의 책을 어떻게 소개할까. "천천히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각각의 글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잖아요. 휴식처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읽어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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