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웃도는 임금 인상 부탁"
경제 성장 궤도 복귀하려면
가계 소비 회복이 최대 관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재계 단체와 노동계 대표들과 만나 "내년엔 올해를 웃도는 폭의 임금 인상을 부탁한다"고 주문했다. 고물가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높여야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을 완전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전날 총리 관저에서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의 도쿠라 마사카즈 회장, 일본 최대 노총 렌고의 요시노 도모코 회장과 만났다. 기시다 총리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완전 탈피라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돌아오고 있다"며 임금 인상을 당부하고, "(정부도) 전례 없는 수준의 대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렌고는 내년도 임금 인상률 목표를 5% 이상으로 잡았고, 도쿠라 회장도 최근 "올해 이상의 열의를 가지고 임금 인상을 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계 허리띠 졸라매... 민간 소비가 경제 향방 좌우
노조, 정부, 재계가 임금 인상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일본 경제가 성장세로 확실히 전환하려면 물가 상승으로 위축된 민간 소비가 회복돼야 한다는 전제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올해 봄 노사 임금 협상에선 평균 3%대 임금 인상에 합의했는데,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1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식료품 물가가 8~9%대의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가계 소비를 위축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플러스(+)를 찍은 경제성장률도 7~9월엔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의 54%를 민간 소비가 차지한다.
중소기업 납품 단가 인상, 공정위 통해 압박
기시다 총리는 대기업 압박에 나섰다. 대기업엔 임금 인상 여력이 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추산에 따르면 2023 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상장기업 순이익은 엔화 약세와 외국인 관광객 소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13%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중소기업은 납품 단가를 높여야 임금 인상 여력이 생긴다고 호소한다. 이에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 단속을 무기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납품 단가 인상 요구를 수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기시다 총리는 노사정 회의에 후루야 가즈유키 공정위원장을 동석시켜 '인건비의 적절한 반영을 위한 단가 협상 가이드라인'의 골격을 제시했고, 공정위는 이달 중 가이드라인을 발표한다. 기시다 총리는 "가이드라인 위반 행위는 독점금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철저히 알려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임금 인상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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