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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뒤면 저장소 꽉 차는데…국회서 발 묶인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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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뒤면 저장소 꽉 차는데…국회서 발 묶인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입력
2023.11.20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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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위 방사성폐기물법 난항
원전 정책 대리전 되며 수년째 헛바퀴

사용후핵연료로 가득 찬 고리 2호기 저장조. 한국수력원자력

사용후핵연료로 가득 찬 고리 2호기 저장조.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 발전에서 나오는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 저장시설을 짓기 위한 특별법 제정이 수년째 국회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여야가 법안이 필요하다는 현실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 방법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서다.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영구 저장시설 규정이 없어 모두 원자력 발전소에서 '임시' 보관 중이다. 2030년부터는 이 시설도 가득 찬다. 21대 국회에서 특별법이 무산되면 산업계와 지역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2일 11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 특별법)' 관련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현재 국민의힘 김영식·이인선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준위 특별법안이 국회에 올라와 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기존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에 사용후핵연료 영구 저장시설 설치 기준을 담은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여야는 앞서 열 차례 열린 소위에서 고준위 특별법을 논의했지만 몇몇 핵심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영구 저장시설 짓는 데 최소 37년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사용후핵연료를 가장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법은 처분 용기에 담아 지하 500~1,000m 천연암반 내 시설에 영구 보관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 시설을 짓는 데 적어도 37년이 걸릴 거라고 보고 있다.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에 따르면 부지 선정에 13년, 사용후핵연료 중간시설 건설에 7년, 영구 저장시설을 짓는 데에 17년이 걸린다. 올해 부지 선정 논의를 시작해도 2060년에야 영구 저장시설이 문을 연다.

1978년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가동 후 국내에는 사용후핵연료 1만8,600톤이 쌓여 있다. 대부분 원자력 발전소 안에서 물에 담가 보관한다. 이를 습식 저장시설이라고 하는데 한빛원전이 2030년, 고리원전이 2032년, 월성원전이 2037년에 꽉 찬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사용후핵연료를 물에서 꺼내 보관하는 건식 저장시설을 원전 부지에 또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건식 저장시설은 원자력안전법상 '관계시설'에 해당된다. 원전을 품고 있는 5개 지방자치단체(경북 울진군·경주시·전남 영광군·부산 기장군·울산 울주군)가 6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건식 시설이 사실상 영구 저장시설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고준위 특별법에는 영구 저장시설과 함께 발전소 부지 내 건식 저장시설 기준도 담는다. 저장 규모와 지역 주민 의견수렴 절차, 지원 방안 등이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6년 20대 국회에서 네 건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2020년 5월 임기 만료에 맞춰 모두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 다시 네 건이 발의됐지만 역시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저장시설 용량 놓고 여야 대치...대승적 결단 내려야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여야 입장이 가장 엇갈리는 지점은 건식 시설의 저장 규모다. ①김영식 의원은 저장 용량을 '계속운전을 포함한 운영 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으로 잡았다. ②이인선 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운영허가를 받은 기간' 발생하는 양으로 정했다. 원전의 계속운전 가능성을 두고 저장시설을 짓자는 뜻이다. 반면 ③야당은 사용후핵연료 저장 규모를 '설계 수명 기간 중 발생량'으로 정해 원전 준공 때 받은 운영허가 기간보다 더 가동할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고준위 특별법이 문재인,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 대리전이 된 모양새다. 강문자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장은 "방폐장 건설은 국민수용성이 대단히 높은 사업이라 여러 정부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미뤄졌다"며 "습식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여야가 의견을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소위가 특별법 제정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보는 과학계는 학자들이 릴레이 기고를 이어가며 법안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 학계는 6월 기자회견, 8월 대국민 토론회를 연 데 이어 지난달 방폐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도 특별법 마련을 촉구했다. 505개 원자력 관련 기업‧단체도 16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조성돈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주요 원전 운영 국가 중 고준위 방폐장 부지 논의를 못 한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며 "21대 국회에서 대승적 결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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