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EBS 연계 많아도 어렵게 체감
영어도 1등급 4% 선 9월 모평 수준
수학은 선택과목 따른 유불리 전망도
16일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영역이 두루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출제 당국과 EBS 교사진이 정부 기조대로 초고난도(킬러) 문항이 배제됐고 EBS 수능 교재 연계 문항 비율이 50%대였다고 평가했지만, 영역별로 고난도 문제가 여럿 포함돼 변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졸업생 응시자 비율(31.7%)이 27년 만에 가장 높은 가운데 치러진 이번 수능이 '불수능'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수능 위주 정시 전형에서 재수생 강세 현상이 한층 두드러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입시업계에서는 선택과목 난이도 차이로 표준점수 환산에서 유불리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이과생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지는 문제가 올해도 되풀이될 공산이 있다고 지적한다.
"국어, 어렵다던 9월 모평보다 더 어려워"
국어영역은 지난해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모평)보다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문과 제시문의 논지와 개념을 충분히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변별력 높은 문제가 국어 공통과목(독서·문학)과 선택과목(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에서 두루 출제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EBS 국어 대표 강사인 윤혜정 서울 덕수고 교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선택지의 세심함과 정교함을 통해 실질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들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윤 교사는 "수험생들은 지난해 수능과 9월 모평보다 다소 어렵게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가 다소 평이(표준점수 최고점 134점)했다는 평을 받은 반면 9월 모평은 수험생들에게 어렵게 체감(표준점수 최고점 142점)됐다.
이번 수능 문항의 EBS 연계율은 51.1%(45문항 중 23문항)다. 친숙한 지문이 등장해 수험생들의 연계 체감도가 높았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특히 독서에서 독서 이론, 사회, 과학·기술, 인문 주제 통합 등 4개 지문이 EBS 교재와 연계돼 출제됐다. 문학도 6개 작품 중 3개가 연계됐다. 하지만 EBS 연계 문항 역시 풀기가 녹록지 않았다는 게 입시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변별력이 높은 문항으로는 독서에서 '데이터 결측치와 이상치 처리방법' 지문의 문항 10번과 '학자들의 노자 해석' 지문의 문항 15, 16번 등이 거론됐다. 메가스터디는 15번을 두고 "수험생이 '보기' 내용에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 봤다. 문학에서는 시 '가지가 담을 넘을 때(정끝별)'와 수필 '잊음을 논함'(유한준)의 감상에 관한 문항 27번이 꼽혔다. 언어와 매체 39번, 화법과 작문 40번 등 선택과목에서도 한두 개씩 까다로운 문제가 거론됐다. 종로학원은 "특히 언어와 매체의 문법 문제가 어렵게 나왔다"고 평했다.
수학, 최상위권 변별력까지... 선택과목 난도 차이
수학영역은 중상위권까지 어렵게 느낀 9월 모평 수준과 엇비슷하게 난이도 조정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최상위권 변별을 위한 주관식 문제 출제에 보다 신경을 썼다는 평가도 있다. EBS 수학 대표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전반적으로 9월 모평과 비슷한 기조이나 최상위권을 변별할 문항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9월 모평은 주관식 등 킬러문항이 빠져 최상위권 변별력은 떨어진다는 평을 받았다. 실제로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자(만점자)가 2,520명에 달해 지난해 수능 만점자(934명)보다 2.7배 많았다. 만점자가 전체 응시자의 0.68%여서 변별력을 갖췄다는 반론도 있었지만 9월 모평에 응시 안 한 재수생 등 졸업생을 고려하면 9월 모평 수준 유지 시 수능에서 만점자가 더 많이 속출할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이에 출제진이 이를 의식해 주관식 문항의 난도를 높여 최상위권 변별력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공통과목 단답형 22번(4점)이 꼽혔다. 미분계수의 부호를 고려해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그래프를 추론해서 푸는 문제다. 심 교사는 "최상위권에 이번 수학은 (킬러문항이 있던) 지난해 수능과 9월 모평 사이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입시업계 분석도 비슷했다. 종로학원과 메가스터디도 22번을 최상위권 변별 문제로 꼽았다. 다른 변별력 높은 문항으로는 수열의 귀납적 정의를 알고 조건을 만족하는 항을 나열해 규칙성을 추론하는 수학Ⅰ 15번을 비롯해 선택과목인 미적분 30번 등을 거론했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킬러문항 없이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9월 모평 기조 흐름을 이어 나가는 출제였다"고 설명했다.
중상위권 학생들에게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44점으로 어려운 편이었던 9월 모평보다 약간 더 어렵게 출제돼 체감 난도가 더 높았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극상위권이 아닌 수험생들에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고난도 문항이 많았다"고 했다.
선택과목별 유불리 문제가 이번에도 불거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과 기하는 9월 모평에 비해 다소 어렵거나 비슷했다면, 문과생들이 많이 택하는 확률과 통계는 보다 쉬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이과 학생이 문과생보다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영어에 수능 최저 등급 발목 잡힐라
절대평가인 영어 역시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수능(90점 이상 1등급 7.8%)보다는 어려웠으나 9월 모평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9월 모평의 영어는 1등급 비율이 상대평가 수준인 4.37%로 크게 떨어져 어려웠다고 평가됐다. 이에 입시업계는 난도를 다소 내릴 것으로 내다봤으나 예상과 달리 수능에서도 만만치 않은 영역으로 부상했다.
EBS 영어 대표 강사인 김보라 삼각산고 교사는 "지문을 충실히 읽고 이해해야만 하는 문항을 다수 배치해 전체적으로 변별력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33번(빈칸 추론) 39번(문장 삽입) 등이 변별력 높은 문항으로 꼽혔다. 여러 입시업체도 '선택지를 고르는 데 시간이 걸리는 문항들이 다수였다'고 평했다. 때문에 영어에서 수능 최저 등급 확보에 발목 잡히는 수험생들도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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