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뒤쪽 승객부터 탑승하는 '존 보딩' 시행
짐 올릴 때 밀리지 않아 탑승 효율↑기대
대한항공, 일등석, 프레스티지 별도 레인 탑승
지금부터 존(zone) 2 탑승을 시작하겠습니다
북적이는 공항. 탑승구 가까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리다 항공사 직원의 이런 안내를 듣고는 즉시 일어나 길게 늘어선 대기 행렬에 합류하신 경험이 있나요. 비행기에 오른 뒤에도 앞사람이 짐을 올리는 동안 기다리느라 멈춰 서서 잰걸음하는 일도 흔합니다.
앞으로 이스타항공을 탈 땐 이 시간이 짧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얼마 전 새 주인을 만나 기사 회생한 이 항공사는 비행기 안 혼잡도를 낮추고 정시에 출발하기 위해 모든 국내선과 국제선에서 뒤쪽부터 탑승하는 존 보딩(zone boarding)을 시행한다고 15일 밝혔습니다. 노약자와 임산부, 유아 동반 승객 등 우선 탑승 승객을 먼저 태운 뒤 기내 좌석 공간을 셋으로 나눠 뒤쪽부터 타도록 하는 것이지요.
이스타항공, 이달부터 존 보딩 시작
탑승 순서를 정한 배경에는 하나뿐인 비행기 통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고민이 있습니다. 저비용항공사(LCC)인 이 회사가 보유한 항공기는 모두 189석 규모 협동체로 통로가 가운데 한 개만 있거든요. 어느 승객이 통로 중간에 멈춰 서서 짐을 올리면 그 뒤 승객들은 기다리게 되는 구조지요.
이 때문에 효율적 탑승 수속은 고객의 만족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힙니다. 이 회사가 최근 제주 노선을 이용한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니 '정시에 출발한 점'에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출발이 지연됐다'는 점이 불만 요소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비행기 정비로 인한 출발 지연처럼 불가피한 요인은 어쩔 수 없겠지만 승객들을 가능한 한 빨리 좌석에 앉히는 게 관건이 된 이유입니다. 총 32열인 비행기 좌석을 앞에서부터 1~11열(존 1), 12~22열(존 2), 23~32열(존 3) 등 셋으로 나눠 존 3→존 2→ 존 1 순으로 탑승하면 개인 짐을 싣느라 밀리는 시간을 줄이고 착석 시간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의 구상입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후방열 승객이 먼저 탑승하면 기내 수하물 탑재로 인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어 기내 혼잡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기내 착석 시간을 단축해 탑승 수속으로 인한 지연을 막을 수 있어 정시성이 좋아지는 효과가 기대되고 줄을 오래 설 필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회사는 이달부터 이런 방식의 탑승 수속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다른 항공사들은 탑승 수속 어떻게 할까?
LCC와 달리 모든 서비스를 비용에 포함시켜 제공하는 풀서비스항공사(FSC)는 어떨까요. 대한항공도 존 보딩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2020년 6월 10일부터 모든 노선의 일반석 승객을 대상으로 뒤에서부터 타는 방식으로 안내합니다. 항공기 크기에 따라 구역을 세 개 또는 네 개로 세분화하고 뒤에서부터 존 2 → 3 → 4 → 5 순으로 타는 것이지요.
다만 LCC와 차이는 있습니다. FSC에는 일등석과 프레스티지석, 스카이 프라이어리티(Sky Priority)를 위한 상시 전용 레인(줄)이 있다는 점입니다. 모닝캄 클럽(탑승 40회 또는 5만 마일 이상 회원)이나 스카이팀 엘리트 회원 등 존 1 탑승객은 일반석 승객보다 먼저 비행기에 오릅니다. 물론 유아 동반 승객이나 노약자, 도움이 필요한 승객은 존 번호와 상관없이 먼저 탑승할 수 있습니다.
FSC에도 A220-300처럼 통로가 하나뿐인 140석짜리 작은 비행기도 있지만 통로가 두 개인 광동체를 여럿 보유하고 있어 아무래도 탑승 혼잡도가 덜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비행기가 크고 탑승객도 많은 까닭에 존 2 승객의 수도 많아 탑승 대기줄 길이는 여전합니다. 외국 항공사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 탑승 방법을 시도했었다고 합니다.
다른 FSC인 아시아나항공은 존 보딩 대신 우선 탑승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①환자나 노약자, 유아나 소아 동반 등 도움이 필요한 승객이 가장 먼저 타는 건 여느 항공사와 마찬가지입니다. 다음으로 ②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이 타고, ③ 마일리지 우수회원 승객이 탄 뒤에야 ④ 이코노미 클래스(일반석) 승객이 탑니다. 일반석 승객들이 탑승할 때 별도의 순서는 없다고 합니다. 줄을 서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공항 상황에 따라 필요할 때는 선택적으로 존 보딩을 실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존 보딩 방식은 금세 안착될 수 있을까요. 승객들은 아직 길게 줄을 서는 게 익숙한 모양입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현재 방송으로 존 보딩을 설명하지만 아직 시행 초기라 면세점을 구경하느라 안내를 듣지 못한 승객이나 출발 20분 전부터 습관적으로 탑승구 앞에 줄을 서는 승객들이 있다"며 "안내판을 만들어서 존 보딩을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