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해 귀가한 아내 폭행으로 숨져
5.6m 쇠사슬 목에 채워 집에 감금
4세 아이 정서적학대 혐의도 유죄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뉴스1
알코올중독 아내를 쇠사슬에 묶어 감금하고 때려 숨지게 한 남편이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2부(부장 조승우 방윤섭 김현순)는 상해치사·강요·감금 혐의 등으로 기소된 A(36)씨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A씨는 1월 31일 오전 11시쯤 아내 B(35)씨가 술에 취한 채 경찰관의 부축을 받으며 귀가하자 약 5시간 동안 폭행해 복강 내 과다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는다.
부부는 평소 아내의 알코올중독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해 11월 아내가 술에 취해 자다가 이불에 소변을 보자 "손가락 하나를 자르든가, 매일 아이 등·하원 시간을 제외하고 사슬로 목줄을 차라"고 강요했다. 아내가 이를 거부하자 A씨는 아내를 잠옷 차림으로 집 밖으로 내쫓았고, 아내는 주변 도움으로 경찰에 신고해 귀가했다.
또 A씨는 술을 마시러 나가지 못하게 한다며 아내 목에 목줄을 채우고 5.6m 길이의 쇠사슬 줄을 냉장고에 묶어 집에 감금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술을 마시러 간 아내가 만취해 경찰 도움으로 귀가하자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아내의 종아리를 구둣주걱으로 세 차례 때린 것 외에는 폭력을 행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아내가 경찰과 귀가할 때만 해도 다친 징후가 없었던 점, 사망 원인인 장간막 파열은 큰 힘이 가해져야만 발생할 수 있다는 법의학자들 소견, 경찰 방문 후 주거지에서 단둘만 있었다는 점 등을 봤을 때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부인의 습성을 고친다는 핑계로 비인격적으로 대하고 폭력도 수시로 행사하면서 가스라이팅을 했다"며 "강한 타격으로 인한 다량의 출혈로 생을 마감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느꼈을 정신·육체적 고통이 극심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 음주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부모가 선처를 탄원하는 사정 등이 있긴 하다"면서도 "모든 책임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려고 해 반성하는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가 네 살짜리 아들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목줄로 채워 아이에게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아동복지법위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기소된 감금 범행은 1회이지만 목이나 발을 쇠줄로 묶어 감금한 행위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며 "나중에는 아이가 피해자를 묶은 쇠사슬을 가지고 놀 정도로, 비정상적 행위를 놀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정상적 발달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위이자 결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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