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5,000여 명 참여...16일 선고
원고 승소하면 청구 봇물 예상
당시 인구 51만 명...1조 될 수도
지난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며 포항시민 3만5,000여 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의 1심 선고가 4년 만에 내려진다. 법원이 원고인 포항시민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진 피해 일부에 정부 책임을 인정한다면 당시 포항에 거주한 51만 명이 추가로 위자료 청구에 나설 수 있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오는 16일 포항시민 3만5,000여 명이 정부 등을 상대로 제기한 포항지진피해 위자료 청구소송의 판결을 선고한다. 지난 2019년 8월 26일 첫 재판이 열린 지 4년 만이고, 포항지진이 발생한 지 6년 하고도 하루 지난 날이다.
포항시민들은 시민단체와 공동소송단, 별도의 법무법인 등을 통해 소송에 참여했다. 1만7,287명은 지진피해 주민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1만7,113명은 포항지역 변호사들로 구성된 포항지진공동소송단, 1,200여 명은 법무법인 3곳을 통해 소송에 동참했다.
이들은 2019년 3월 20일 ‘정부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된 포항지열발전소의 과도한 지하 물주입으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는 정부조사단의 발표를 근거로 정부와 지열발전소 주관사인 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1인당 1,000만 원의 위자료’ 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도중 ‘포항지진 피해구제 등을 위한 특별법(포항지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2021년 4월 시행에 들어갔지만 소송을 취하한 시민은 거의 없었다. 포항지진특별법은 재산상 손해와 지진 때 대피도중 부상을 입는 등의 신체 피해만 보상하기 때문이다.
포항지진공동소송단의 공봉학 변호사는 “이번 소송은 포항지진특별법으로는 받을 수 없는 위자료청구 소송“이라며 “포항지진특별법의 보상한도가 낮아 추가로 보상금을 받기 위해 소송을 낸 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결과에 따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진 발생을 놓고 일부라도 정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오면 추가 청구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 포항지진이 발생한 2017년 11월 말 포항시의 주민등록인구 수는 51만4,217명이다. 1인 당 배상액이 100만 원만 돼도 50만 명이면 줄잡아 5,000억 원, 200만 원이면 1조 원이 넘는다.
16일로 예정된 선고 날짜가 미뤄질 가능성은 낮다. 이미 지난달 26일로 예정됐던 선고가 한 차례연기 되는 등 첫 재판 후 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탓이다. 포항지진특별법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내년 3월 20일까지여서 또 다시 선고가 연기되면 시민들이 추가로 청구할 시간이 없게 된다.
원고측 변호인단은 승소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의 이경우 변호사는 “포항 지열발전 추진실태를 감사한 감사원도 '정부가 포항지열발전의 유발지진 발생 가능성을 알고도 확인하거나 지진 위험도 분석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며 “하지만 승소하더라도 액수가 너무 적으면 의미가 없어 청구 금액대로 판결이 내려지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