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0개 중 올해 10개 대학 지정
통폐합 내건 국공립대 모두 선정
'무학과' '자율전공' 학사구조 개편
"우주항공 아시아 톱3" 목표 제시도
# 전남 순천대는 2025학년부터 기존 5개 단과대학을 폐지하고 스마트팜(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농업)·애니메이션·우주항공 3대 분야에 입학정원의 75%를 배정하기로 했다. 분야별로 신입생을 뽑되, 학과를 미리 정하지 않고 2년간 진로·전공 선택 과정을 거치는 '무(無)학과 광역모집' 방식이다. 중소기업·농업 중심의 지역 산업구조와 관련 없는 학과·단과대학은 과감하게 개편했다.
# 경북 지역 국립대인 안동대와 경북도립대는 2025년 통합된다. 도내 7개 교육·연구기관(한국국학진흥원, 경북인재평생교육진흥원 등)도 대학과 통합 운영된다. 내년에는 학생들에게 자유로운 전공 선택을 보장하기 위해 '완전 자유전과제'를 시행하고, 내후년부터는 학과 단위를 아예 폐지한다.
정부로부터 각각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받는 글로컬대학 10곳의 명단이 13일 확정 발표됐다. 위기에 빠진 지방대에 쇄신을 대가로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주는 사업인 만큼, 대학 간 통폐합, 무학과 선발 등 과감한 구조개혁 방안을 내놓은 대학이 대거 선정됐다.
교육부는 이날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울산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포항공대 △한림대 등 10곳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6월에 예비지정 대학에 포함됐던 △순천향대 △연세대 미래캠퍼스(원주) △인제대 △전남대 △한동대는 탈락했다.
글로컬대 키워드① 국공립대 통폐합
선정 결과를 보면, 교육부는 국공립대 통폐합을 통한 지방대 혁신에 힘을 실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립대 간 통합, 사립대와 사립전문대 간 통합은 지원 신청한 8건 모두 6월 예비지정 단계에서 탈락했지만, 강원대·강릉원주대, 부산대·부산교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충북대·한국교통대는 예비지정에 이어 이번 본지정에서도 살아남았다.
강원대·강릉원주대는 2026년까지 통합해서 춘천·원주·강릉·삼척 4개 캠퍼스를 지역 특성에 맞게 유기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여러 캠퍼스를 하나의 울타리에 편입해 세계적 명문대 반열에 오른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UC)의 한국판이라는 평가다. 모집 정원의 약 66%에 해당하는 120개 전공을 재구조화해 춘천은 정밀의료·바이오헬스, 강릉은 해양생명·관광, 삼척은 액화수소·재난방재, 원주는 디지털 헬스케어·반도체 분야로 특성화하고 캠퍼스 간 공동 원격교육 시스템을 구축한다.
부산대·부산교대는 양교 교원 양성 기능을 일원화해서 연제캠퍼스(현 부산교대)를 교육 특화 대학으로 발전시킨다. 또 첨단교육 기자재를 구비한 강의실을 구축하는 등 지자체 및 교육청과 협력해 대학을 에듀테크(교육기술) 거점으로 키워낸다는 계획이다.
충북대·한국교통대의 경우 청주캠퍼스는 원천기술 연구중심 대학, 증평·오창캠퍼스는 이차전지·바이오·모빌리티 특화 대학으로 꾸릴 계획이다. 또 2027년까지 자율전공학부와 무전공제 모집 비율을 20%로 올리고 '무제한 전과제'를 도입한다.
글로컬대 키워드② 산업 수요 맞춘 특성화
지역산업 구조에 맞춰 교육을 혁신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대학들도 대거 선정됐다. 경남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 방위산업 분야에서 '아시아 3위권' 대학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졸업생 50% 이상이 우주항공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목표로 우주항공대학을 신설해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전액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역 전문대 학생의 우주공학부 편입학을 제한 없이 허용해 현장실무형 인재를 양성하고, 경남 지역에 위치한 방산기업과 계약학과를 통해 학생 취업을 보장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전북대는 2차전지, 그린수소, 동물의약품 등 분야에서 산업체와 캠퍼스가 연계되는 대학-산업도시를 새만금, 전주·완주, 익산·정읍 등에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06개 학과인 모집단위를 2028학년도까지 24개로 줄일 방침이다.
울산대는 대학과 산업단지 간 공간 장벽을 허물기 위해, 주력 산업단지 등 6곳에 멀티캠퍼스를 조성하고 기업 재직자를 재교육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기존 10개 단과대학-51개 학부·학과 체제는 6개 단과대학-16개 융합학부 체제로 개편한다. 2025년부터 의대를 제외한 모집정원의 100%를 융합학부로 모집한다.
지방대 연명에 그치지 않으려면
교육부는 2026년까지 모두 30개 안팎의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글로컬대학들이 지방대 혁신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으려면 교육부의 성과 관리, 대학과 협업할 지자체의 역량 강화, 원활한 구조개혁을 위한 학교 구성원 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컬대학 지원 대학들이 제출한 혁신기획서를 분석한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선정 대학의 혁신 계획이 말잔치가 되지 않게 대학 자체 평가와 별도로 제3의 전문가가 성과를 모니터링하는 체제를 운용하고 △대학의 정책 파트너로서 지자체의 대학 정책 역량을 높이고 △지방 대학들이 글로컬대학 지정에 적극 도전하고 선정 대학은 괄목할 성과를 내는 선순환을 유도하는 것을 향후 과제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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