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 오남용 기획감독 결과 발표
64개 회사 미지급 수당 26억 원 적발
전문가들 "단속 강화론 실효성 없어"
"한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는데, 근로계약서에는 포괄임금으로 돼있고 주 52시간 상한은 지켜지지 않네요. 제품 납기 날짜를 맞추기 힘들어지니 회사에서는 평일 야근, 철야 근무를 시키지만 주 52시간을 넘겨도 수당을 안 줍니다."(고용노동부 포괄임금 오남용 익명 신고센터 사례)
정부가 포괄임금제 오남용 의심 사업장 87곳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한 결과 64곳(73.6%)에서 직원들에게 '공짜 야근'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가 근로시간 기록·관리 자체를 하지 않거나, 근로시간을 실제 일한 시간보다 적게 기록하는 등의 방식으로 추가 수당 지급을 회피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13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 4월부터 벌여 온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 기획감독 결과'를 함께 공개했다. 포괄임금은 노동자의 실제 연장·야간·휴일 근로시간과 무관하게 근로계약 시 회사가 약정한 일정액의 임금만 지급하는 방식으로, 공짜 야근과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용부가 익명 제보 등의 방식으로 추린 103개 포괄임금 오남용 의심 사업장을 대상으로 감독을 벌인 결과, 실제 포괄임금제를 실시 중인 곳은 87곳이었다. 이 중 64곳에서 포괄임금을 이유로 26억3,000만 원어치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장근로시간 한도(주 12시간)를 어긴 경우도 52곳에 달했다. 포괄임금제와 별개로, 감독 대상이 된 103곳 중 102곳에서 연차·퇴직금 등 각종 노동관계법령 위반과 41억여 원 임금 체불이 확인됐다.
고용부는 연장근로 한도를 재차 위반한 2곳, 연차·주휴수당 등 상습 체불을 한 4곳 등 총 6곳에 대해 즉시 수사에 착수하고, 11곳에는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또 679건 시정지시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감독 결과 수당 미지급 발생 사업장 64곳 중 49곳에서 근로시간 관리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감독의 후속 대책으로 영세 사업장을 위한 '공공 출퇴근 기록·관리 프로그램'을 무료 배포하고, 앞으로 오남용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낮다고 비판한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근로감독의 우선순위를 생각하면 산업안전·임금체불·해고 등 더 중요한 것들이 있는 상황에서 (포괄임금 오남용 문제를) 감독으로 해소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박성우 노무사(직장갑질119 야근갑질특별위원장)는 "포괄임금제가 무제한 일을 시켜도 돈은 더 안 줘도 된다는 식의 잘못된 관행과 인식을 정착시키는 게 큰 문제"라며 "포괄임금을 원칙상 금지하고 정말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허용해주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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