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개혁 SNS서 공개적 비판
트럼프 지지하며 선거 조작 집회서 기도도
임신 중지(낙태) 권리를 배척하지 않고 성소수자와 여성에게 포용적인 가톨릭교회를 만들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미국 텍사스주 주교가 쫓겨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인 이 주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한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는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집회에 연사로 나서는가 하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날 한 줄짜리 성명을 통해 “텍사스주 타일러 교구의 조셉 스트릭랜드 주교를 해임하고, 오스틴 교구의 조 바스케스 주교를 임시 관리인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해임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스트릭랜드 주교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교황을 겨냥해 “신앙의 유산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해 교황의 대표적인 반대파로 떠오른 인물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과 평신도에게 투표권을 주고, 교회 내 여성의 역할 확대와 성소수자 환영 방안 등을 논의한 지난달 정기총회를 ‘쓰레기’라며 비난했다. 여러 차례 교황을 향해 “나를 해고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스트릭랜드 주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성직자에게 허용되지 않은 정치적 발언도 일삼았다. 코로나19 백신 반대 메시지를 게시하고, 임신 중지를 지지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사악한 대통령"이라 불렀다. 2021년 1월 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국회의사당 폭동’ 직전 워싱턴에서 열린 트럼프 지지 집회에 참석해 기도하기도 했다.
문제를 일으킨 고위 성직자에게 사임을 권유해 스스로 물러나도록 하는 가톨릭교회의 관습에 비춰볼 때 주교 해임은 이례적이다. AFP는 교황청이 지난 9일 스트릭랜드 주교에게 사임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텍사스 갤버스턴-휴스턴 대주교인 다니엘 니콜라스 디나르도 추기경은 성명서를 통해 “스트릭랜드 주교의 해임은 바티칸이 타일러 교구의 통치와 지도력의 모든 측면을 조사한 결과”라며 "그의 직무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권고가 교황에게 제출됐다”고 전했다. 바티칸은 올해 6월부터 그를 조사해왔다.
스트릭랜드 주교의 해임으로 가톨릭 내 보혁 갈등이 더욱 첨예해지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적인 가톨릭 언론 매체에서는 스트릭랜드 주교를 ‘진정한 미국의 성직자’로 떠받들어 온 만큼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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