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예산안 만료 임박… 의회 새 합의 난망
존슨 하원의장 구상에 민주·공화 모두 불만
미국 연방정부가 또다시 예산 공백으로 인한 ‘셧다운’(업무 일시 정지) 위기에 몰렸다. 지난 9월 의회가 처리한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의 시한이 곧 끝나 17일(현지시간) 전에 내년도 정식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지만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화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이 대안을 냈으나 공화당 강경파가 반발해 통과가 불투명하다. 정부 셧다운이 현실화하면 안보 부처 등을 제외한 정부 기관이 대부분 문을 닫고 공무원 임금 지급이 중단된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11일 내년 1, 2월까지 필요한 정부 지출만 포함하는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키자는 구상을 공화당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정부 부처와 기관을 두 그룹으로 나눠 예산 소진 시기를 달리 한 2단계 예산안을 제안했다. 국방, 보훈, 농업, 식량, 교통, 주거 등 관련 예산은 내년 1월 19일까지 필요한 액수만 책정하고, 국무, 법무, 상무, 노동, 보건 관련 예산은 내년 2월 2일 소진되도록 했다. 미국 의회가 정부 예산안을 이처럼 작게 쪼개 통과시킨 전례는 거의 없다.
정부 부처별 세출 법안 12개를 전부 하나로 묶은 이른바 ‘옴니버스 예산안’을 놓고 야당인 민주당과 패키지 협상을 하려면 진통이 예상되는 만큼 세출 법안마다 개별 협상을 유도하겠다는 게 존슨 의장의 의도라고 미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존슨 의장은 성명을 통해 2단계 예산안 카드가 하원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지출 삭감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화당 강경파는 찬성하지 않는다. 당내 초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칩 로이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현재 정부 지출 규모를 유지하는 예산안에) 100% 반대한다”고 썼다. 공화당 221석, 민주당 212석인 하원 구도에서 공화당 의원이 5명만 이탈해도 공화당은 예산안 의결정족수(과반인 217명 찬성)를 단독으로 채우지 못한다. 공화당 강경파 출신 하원의장이 강경파의 몽니에 발목 잡힌 상황이 다시 벌어진 셈이다.
예산안은 상·하원 양원을 통과해야 효력이 생기는데, 상원 다수당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2단계 예산안 처리안에 반대한다. 민주당 소속 패티 머리 상원 세출위원장은 “(2단계 예산안은) 내가 들어본 가장 미치고 바보 같은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또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예산이 누락된 예산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 예산을 요구했으나 공화당은 국민의 피로감을 이유로 반대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1일 성명에서 “극단적인 공화당으로 인한 정부 셧다운까지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양당 의원들이 혹평하는 제안에 (존슨 의장이)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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