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주변 코치들에게 펜싱 학원 홍보
전씨 '돈 많은 미국 IT 회장'으로 소개
"나랑 엄청 친하다" 친분 과시하기도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가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27)씨를 "돈이 엄청 많은 미국 정보기술(IT) 계열 회사 회장님"이라고 펜싱 코치들에게 소개하는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남씨는 전씨가 부유층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펜싱 학원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홍보했다.
12일 채널A가 공개한 녹취 파일에 따르면, 남씨는 2월 주변 코치들에게 전씨가 운영하려던 펜싱 학원 영입을 제안하며 전씨 재력을 자랑했다. 남씨는 코치들에게 "대표님(전씨)이 돈이 굉장히 많다"며 "SK나 삼성보다도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님이 직접 나서지 않으신다"며 "돈이 진짜로 엄청 많고 나랑 엄청 친하다"며 전씨와의 친분도 과시했다.
펜싱 학원과 관련해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남씨는 "(전씨가 차리려는 펜싱 학원은) 교육 방법이 색다르고 노출되면 다른 곳에서 따라 할 수 있어 비밀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500만 원을 일시금으로 벌 수 있다"며 "돈이 많은, 특별한 아이들 대상이니 보안을 유지해 달라는 의미로 1,500만 원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삼성의 자제를 가르치는데 아이가 갑자기 소변을 봤다면 그런걸 말하면 안 된다"며 "네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한다는 걸 발설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남씨의 말을 듣고 영입된 코치들 가운데 일부는 전씨에게 투자 사기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당시 코치들에게 "지금은 월급이 500만 원이지만 매널(전씨가 차릴 펜싱 학원)에 오면 최소 1,500만 원을 주겠다"거나 "오 박사를 붙여 멘털 코치까지 해서 (학부모들로부터) 한 달에 '1인당 3억 원'을 받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속은 3, 4명이 투자했다고 한다.
다만 남씨가 해당 발언을 할 당시 전씨의 사기 의도를 미리 알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남씨는 전씨의 사기 행각을 전혀 알지 못했으며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씨는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뭐가 아쉬워서 그동안 쌓아온 명예를 실추시키면서까지 사기를 치겠나"라며 "사기꾼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니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 정말 제가 죽어야 이 사건이 끝나는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10일 전청조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재벌 3세 등을 사칭해 피해자 23명에게 총 28억 원에 달하는 사기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남씨의 사기 공모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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