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발달장애인 조수석 탑승 거부
인권위 "부당한 차별" 개선 권고에도
법원 "차별 유형에 미포함... 정당하다"
중증 발달장애인의 장애인콜택시 조수석 탑승을 제한한 건 '정당한 차별'이라고 법원이 판단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 인권을 외면한 행정편의적 집행을 용인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대)는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 관리·운행을 위탁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이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권고 결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26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발달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콜택시 조수석 탑승을 제한한 규정은 합당하다는 취지다.
자폐성 발달장애를 앓는 A씨는 2019년 8월 장애인콜택시 조수석 탑승을 거부당했다. '중증 발달장애인은 운행을 방해할 수 있어 조수석 탑승을 금지한다'는 공단 내부 규정 탓이었다. 그러자 인권위는 지난해 2월 "공단 내규는 부정적 편견에서 기인한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상 부당한 차별"이라며 개선을 권고했다. 공단은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냈다.
법원은 "조수석 탑승 제한은 필요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조치"라며 공단 측 손을 들어줬다. 조수석 탑승 금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행위에 포함되지 않아 인권위 권고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법에 있는 차별금지 대상은 대중교통 등이 포함된 '교통수단' 또는 '여객시설'에 한정되는데, 교통약자법상 '특별교통수단'인 장애인콜택시는 어느 분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탑승 제한의 정당성도 인정했다. △발달장애인이 갑자기 차량 문을 열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 콜택시 운행을 저해한 사례가 상당수인 점 △운전자가 이를 제지하기 불가능한 점 △조수석에 차폐막을 설치하면 사이드미러 시야를 가리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발달장애인이 뒷좌석엔 얼마든지 탑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모든 발달장애인의 조수석 탑승을 일률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인권위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어느 정도 수준의 발달장애가 있어야 위험이 발생하는지에 관한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장애인권 전문가들은 법원을 비판했다. 김재왕 변호사는 "공단이 차폐 시설 등의 설치 없이 장애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행정편의적 집행"이라며 "운전을 방해한 전력이 있는 사람에 한해 조수석 탑승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콜택시 탑승 문제에 관해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앞으로도 장애 유형과 운전원 위협 등을 두고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번과 달리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지적장애인이 장애인콜택시에 탑승할 때 중증도와 위험성 고려 없이 무조건 보호자를 동반하라는 공단 내규는 부당한 차별"이라며 장애인 입장을 두둔하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관련 기사 : '나 홀로 탑승' 장애인콜택시 이용 거부... 법원 "부당한 차별"(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20511150000859?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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