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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기습 사전 인지한 공범”... 애먼 외신들에 화살 돌리는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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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기습 사전 인지한 공범”... 애먼 외신들에 화살 돌리는 이스라엘

입력
2023.11.1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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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스라엘 성향 언론감시단체 인용해 비난
"하마스와 내통해 공격계획 파악... 동행 취재"
언론들 "근거 없는 주장"... 이 여론전 일환?

6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서 한 언론인(왼쪽)이 이스라엘 육군 병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6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서 한 언론인(왼쪽)이 이스라엘 육군 병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이 '애먼 곳'에 분풀이를 하고 있다. 대상은 주요 외신들이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당일, 글로벌 언론사들에 현장 사진을 제공한 프리랜서 사진기자들이 사전에 공격 계획을 인지했었다면서 ‘하마스와 내통한 것’이라는 주장을 편 것이다. 해당 매체들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즉각 반박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고위 인사들은 이날 친(親)이스라엘 성향 언론감시단체 ‘어니스트 리포팅’을 인용해 서방 주요 언론과 계약을 맺은 사진기자들이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를 막으려 하지 않고 동행 취재를 했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이 같은 주장은 ‘기자들이 하마스의 계획을 모르고 있었다면 현장에서 사진을 찍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가정에서 비롯됐다. 슐로모 카르히 이스라엘 통신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CNN방송과 NYT,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과 영국 로이터통신 등 4곳을 겨냥해 “사진기자 등 조직 내 특정 인물들이 (하마스의) 기습을 사전 인지했고, 가해자(하마스)와 문제적인 관계를 맺어 왔을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이스라엘 정부 공보국도 해당 언론사들에 하마스 기습 당일 취재와 관련해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지난달 21일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 키수핌의 한 주택 내 냉장고에 붙어 있는 가족 사진 주위로 같은 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생긴 총알 구멍들이 보인다. 키수핌=AP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 키수핌의 한 주택 내 냉장고에 붙어 있는 가족 사진 주위로 같은 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당시 생긴 총알 구멍들이 보인다. 키수핌=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은 한발 더 나아가 기자들이 하마스와 동행하며 ‘취재 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키부츠(집단농장)의 불타는 집, 인질을 가자지구로 수송하는 하마스 대원 사진 등을 문제 삼은 어니스트 리포팅 보고서를 근거로 삼았다. 전시 내각에 참여한 제2야당 ‘국가통합당’의 베니 간츠 대표는 “아이들이 학살당하는 동안 방관자로 남길 택한 이들은 테러리스트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반인륜적 범죄의 공범”이라고까지 언급했다.

해당 매체들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NYT는 “현지 프리랜서로부터 받은 첫 사진은 작전 개시 90여 분 후에 찍혔다”며 “작업물을 검토한 결과 비극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사진기자들이 늘 하던 일을 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니콜 메이어 AP 대변인도 “우리 직원 누구도 그 시간에 국경에 있지 않았고 (하마스와 함께) 국경을 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로이터와 CNN도 “기습과 관련한 사전 정보를 입수한 바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가 돌연 이런 의혹을 제기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NYT는 전쟁 지역 출입이 제한된 가운데, 대부분 외신이 현지 프리랜서 기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이스라엘이 교묘히 이용해 여론전을 편다며 “광범위한 정보 전쟁의 일부”라고 꼬집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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