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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퀴즈 천재… 하지만 사람들 앞에 못 선다면?

입력
2023.11.11 11:00
수정
2023.11.11 23: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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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영화 '퀴즈 레이디'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앤(왼쪽)과 제니는 자매이나 닮은 점을 찾기 힘들다. 앤이 과묵하고 신중한 반면 제니는 수다스럽고 무슨 일이든 일단 저지르고 본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앤(왼쪽)과 제니는 자매이나 닮은 점을 찾기 힘들다. 앤이 과묵하고 신중한 반면 제니는 수다스럽고 무슨 일이든 일단 저지르고 본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디즈니플러스 바로 보기 | 15세 이상

앤(아콰피나)은 어려서부터 퀴즈 방송 애호가다. 휴대폰 알림을 설정해 두고 매일 방송을 기다린다. 그에게 퀴즈 방송은 삶 자체다. 불우했던 가정사의 고통을 잊게 해준 유일한 안식처다. 부모님은 이혼한 지 오래. 아버지는 우스꽝스럽게 죽음을 맞았고, 어머니는 요양원에 있다. 나이 차 많이 나는 언니 제니(샌드라 오)는 신기루 같은 꿈을 찾아 세상을 떠돈다. 앤은 반려견과 함께 퀴즈 방송을 보며 소소하나 확실한 행복을 느낀다.

①문제적 언니와 외톨이 동생의 재회

앤의 평화로운 일상은 어느 날 깨진다. 도박 중독증인 어머니가 한인 갱단에게 사채를 끌어 쓰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황당한 계획을 종종 세우고 실천하는 제니가 함께 지내자고 한다. 앤으로선 악몽 같은 일이다.

문제는 하나 더 발생한다 갱단 두목 켄(조너선 에드가 박)이 어머니의 돈을 갚으라며 앤의 반려견을 납치해간다. 어머니와 언니보다 반려견을 더 중시하던 앤은 급전을 마련하려 하나 딱히 방법이 없다.

앤은 암기력이 빼어나다. 오랜 시간 퀴즈 방송을 봐 문제풀이 솜씨가 예사가 아니다. 제니는 동생이 퀴즈 천재라는 사실을 알고선 급전을 구할 방법을 떠올린다. 앤을 퀴즈 방송에 출연시켜 거액의 상금을 받는 것이다. 제니의 계획은 생각대로 이뤄질까.

②동생을 방송에 출연시켜라

제니와 앤은 매사 부딪치나 알고 보면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뜨겁다. '퀴즈 레이디'는 자매의 소동극을 통해 웃음을 전하며 감동까지 이끌어내려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제니와 앤은 매사 부딪치나 알고 보면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뜨겁다. '퀴즈 레이디'는 자매의 소동극을 통해 웃음을 전하며 감동까지 이끌어내려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앤은 무대공포증이 심하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기를 꺼린다. 그는 집에서나 TV를 보며 퀴즈 정답을 맞힐 수 있지 방송에 출연하면 불가능하리라 여긴다. 제니는 어떻게든 동생을 구슬려 방송 출연을 시키려 한다.

영화는 성격이 천양지차인 자매의 정신적 줄다리기에 초점을 맞추며 웃음을 제조해내려 한다. 지상에서 다리가 떠 있는 듯한 제니와, 지나치게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염세적인 앤은 매사에 부딪친다.

옛 영화 ‘레인맨’(1988)을 떠올릴 만한 이야기 구성이다. 자폐증으로 남다른 암기력을 지닌 형 레이먼드(더스틴 호프먼)에게 유산을 가로챌 생각만 하다 뒤늦게 형제애를 느끼게 되는 찰리(톰 크루즈)의 사연을 떠올리게 한다. 괄시받는 아시아계 자매가 이야기를 이끈다는 점은 이 영화의 큰 차별점이다.


③염씨 자매의 우애

제니와 앤 자매의 성은 염이다. 영화는 재미동포의 보편적인 삶을 자매를 통해 녹여낸다. 제니와 앤은 명문대에 진학한 친척과 늘 비교당하며 성장했다. 둘은 미국인이기는 하나 사회적으로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왔다. 재미동포로서 느낄 애환이 담겼다.

불우한 자매의 사연이 화면을 채우나 전개는 시종 유쾌하다. 특히 제니가 앤을 방송에 ‘강제 출연’시키려는 대목에서 웃음은 절정에 이른다. 주변사람 혼을 빼놓을 듯 늘 수다스러운 제니, 화난 듯 뚱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앤은 모습 자체만으로 웃음을 부른다. 제니와 앤이 여러 소동을 벌이는 끝에 우애를 확인하는 장면은 뻔하면서도 마음을 흔든다.

뷰+포인트

현재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를 대표하는 두 여배우가 호흡을 맞춘 것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샌드라 오는 ‘킬링 이브’로 2019년 골든글로브상 TV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아콰피나는 영화 ‘더 페어웰’로 2020년 골든글로브상 뮤지컬코미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샌드라 오는 한국계이고, 아콰피나는 중국계(모계는 한국계)다. 중국계 제시카 유 감독이 연출했다. 유 감독은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유명 코미디배우 윌 페렐이 퀴즈 방송 진행자 테리 맥티어를 연기했다. 그는 제작을 겸하기도 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9%, 관객 85%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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