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상·하원 석권… 영킨 주지사 타격
트럼프 압승 켄터키서도 주지사 재선 성공
낙태권 투표 7연승… 오하이오 개헌안 통과
내년 대선을 약 1년 앞두고 7일(현지시간) 일제히 치러진 미국 주(州)별 관심 선거·투표에서 집권 민주당이 사실상 압승을 거뒀다. 특히 대선 향방을 가늠할 ‘풍향계’로 여겨지던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열세였던 하원까지 장악하며 잠재적 대권 주자로도 꼽혔던 공화당 소속 글렌 영킨 주지사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연방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 등 선출)에 이어 이번에도 임신중지(낙태) 권리 보장 약속의 파괴력이 입증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희비 엇갈린 공화 영킨·민주 베시어 주지사
8일 각급 선거·투표 개표 결과를 보면, 상·하원 140석을 모두 교체하는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다. 선거 전까지 버지니아 주의회 권력은 분점 구도였다. 상원은 민주당이 22석, 공화당 18석을 각각 보유한 상태였고, 하원은 공화당(52석)이 민주당(48석)보다 우세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0시 20분쯤 민주당이 상원에서 최소 21석, 하원에서 최소 51석을 가져와 양원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주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돈 스콧 주니어는 7일 오후 11시 직후 민주당이 상·하원을 석권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내일은 새로운 버지니아의 첫날”이라고 말했다.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는 내년 대선의 전초전이자 유권자 민심을 점쳐 볼 바로미터로 꼽혀 왔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포인트 차이로 이겼지만, 이듬해 선거에선 공화당이 주지사와 하원을 가져갔다. 이번 선거에서 상원까지 승리해 버지니아 행정·입법부를 공화당 일색으로 만들고 여차하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겠다는 게 영킨 주지사 구상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 패배로 실현이 힘들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버지니아 주지사는 4년 단임이라 그는 2025년 재선 도전을 할 수 없다.
반면 민주당 소속 앤디 베시어 켄터키 주지사는 다시 웃었다. 2019년 첫 선거 승리는 격차가 1%포인트 미만인 신승이었지만, 이번엔 격차를 5%포인트까지 벌렸다. 켄터키는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26%포인트 차이로 제치는 등 보수색이 강한 주인 데다, 경쟁 후보였던 대니얼 캐머런 주 법무장관의 후견인도 거물급 정치인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인 셈이다. 베시어 주지사의 나이도 45세로 젊은 만큼, 민주당이 확장성을 가진 유망한 차기 지도자 한 명을 얻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미국인, 근본적 자유 보호에 투표”
두 선거 결과가 증명한 건 무엇보다 임신중지권 이슈의 득표력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해석이다. WP는 “버지니아 공화당이 작년 선거에서 임신중지에 반대한 강경파가 크게 고생한 뒤 타협안으로 전면 금지나 임신 6주 이후 금지가 아닌, 15주 이후 금지안을 들고나왔지만 통하지 않았다”며 “켄터키에서 패배한 공화당 주지사 후보 캐머런도 한때 주법으로 임신중지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강경파”라고 전했다.
이는 오하이오주 개헌안 투표에서도 여실히 증명됐다. 임신중지권 주헌법 명기가 골자인 개헌안은 반대보다 13%포인트 가까이 앞선 찬성 비율로 이날 주민투표를 여유 있게 통과했다. 작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를 연방 차원에서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고 권리 존폐 결정 권한을 주로 넘긴 뒤 치러진 찬반 투표에서 임신중지권 보장 측이 거둔 7번째 승리였다. 패배는 한 번도 없다. 오하이오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8%포인트 차이로 이겼던 주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인들이 다시 근본적 자유 보호에 투표했다”며 반색했다.
민주당 소속 댄 맥카페리 펜실베이니아 대법관 후보의 선거 승리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상이다. 총기 규제와 더불어 임신중지권이 선거 캠페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AP통신은 짚었다. 지난 4월 위스콘신주 대법관 선거에서도 임신중지 반대 단체의 지지를 받던 후보가 낙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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