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휴대폰에 뜬 낯선 번호로 위치 특정
추격전 끝 제압, 범행동기는 임대 보증금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병원 치료 중 달아난 특수강도범 김길수(36)는 사흘 동안 서울과 경기 의정부, 양주를 활보하고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도주 기간 동안 대중교통 이용 시 승하차를 반복하고, 옷도 두 번 갈아입는 등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능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도주 첫날 택시비를 내줬던 지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가 위치가 드러나며 결국 덜미를 잡혔다.
7일 경기 안양동안경찰서에 따르면, 김길수는 4일 오전 6시 20분쯤 경기 안양시 한림대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도주해 6일 오후 9시 26분 의정부시 가능동 노상에서 체포되기까지 63시간 동안 택시와 버스, 지하철 등을 번갈아 타며 도주 행각을 이어갔다.
먼저 김씨는 병원에서 빠져나와 옷을 갈아입은 뒤 택시를 타고 곧장 의정부로 이동해 지인 A씨에게 택시비를 내게 한 뒤 소액의 현금을 받았다. 이후 다시 택시와 버스를 이용해 양주로 가 동생으로부터 80만 원을 챙겨 도피자금으로 썼다. 시내에서 이발을 하고 새로 산 옷을 입은 그는 지하철을 타고 서울 상계동, 창동, 자양동까지 이동했다. 같은 날 오후 9시 40분쯤 강남구 고속버스터미널 외부에서 배회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걸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경찰 조사 결과 김길수는 버스나 지하철을 일부러 여러 번 탔다가 내렸고 강남터미널 인근과 양주에선 인적이 뜸한 폐상가에 몸을 숨겼다. PC방에 들러 언론보도를 보며 경찰의 추적 상황을 살핀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고의로 동선을 복잡하게 하며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의 추적을 비웃듯 서울과 경기 시내 곳곳을 누비던 김씨가 검거된 건 전화 한 통화가 결정적이었다. 김길수는 체포되기 15분 전 공중전화 박스에서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주 직후 처음 찾아간 김길수에게 택시비와 돈을 건넨 인물이다.
이미 A씨를 밀착 감시하고 있던 경찰은 휴대폰에 수상한 번호가 뜨자 곧바로 상황실에 알려 위치추적에 나섰다. 이어 발신지로 확인된 공중전화로 출동했다. 길을 걷던 김씨는 차에서 내린 경찰관을 보자 줄행랑을 쳤다. 인파 사이로 달리면서 방향을 급하게 트는가 하면 도로 위의 자동차 사이를 질주하기도 했다. 검거 직전까지 몸부림을 치며 저항했지만 형사 3명에게 끝내 제압됐다. 이날 0시쯤 안양동안경찰서로 김씨를 압송한 경찰은 기초 조사를 마치고 4시간 뒤 그를 구치소(교도관) 측에 인계했다. 김씨 동생은 도주자금을 지원했지만 처벌받지는 않을 전망이다. 친족이라 범인도피 혐의가 적용되지 않아서다. 반면, 택시비 등을 준 지인 A씨는 수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편, 김길수가 억대 전세보증금을 주지 않아 피소됐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김씨로부터 2억5,000만 원에 달하는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이날 접수했다. 이후 김씨는 같은 집의 다음 세입자에게는 오는 10일 전세보증금을 받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이를 도주용으로 쓰려고 계획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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