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평가 결과 무단 열람한 뒤 상사 전달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 사측도 해고
법원 "보안관리 문제, 직원 책임만 아냐"
몰래 빼낸 직원 간 다면평가 자료를 상사에게 보낸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직원을 해고한 건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인사평가 자료 보안을 허술하게 관리한 회사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강우찬)는 경기아트센터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9월 15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센터에서 전산 업무를 맡은 A씨는 2020년 1월 직원 51명의 다면평가 결과를 무단 열람하고 휴대폰에 캡처해 이를 센터 본부장에게 전달했다. A씨는 다면평가 자료가 등록된 인터넷사이트 주소에서 직원 순번에 따라 끝 부분 두 자리만 바꾸면 정보를 마음대로 열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타인의 비밀을 침해 및 누설했다고 보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고, 2021년 12월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에 2년을 선고받았다. 사측은 유죄 판결을 근거로 그를 해고했지만, 중노위는 "징계가 과하다"고 판단했다. 사측은 불복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도 평가 자료 열람 시스템 자체가 허술했던 점에 주목해 "해고는 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다면평가 정보가 외부에 쉽게 노출된 근본 원인은 안일한 보안관리 방식 때문"이라며 "특별한 노력 없이도 다수의 사람이 다른 사람의 다면평가 결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모든 책임을 오로지 A씨에게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단 등을 이용해 다면평가 보안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침입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자료 열람 전후 상황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A씨가 다면평가 정보를 사적 이익을 위해 부정하게 이용하거나, 하려고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정보를 다수에게 유포하지는 않았고, 상사에게 전달한 뒤 바로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A씨가 약 10년간 근무하며 우수사원 포상을 받은 점, 2019년 5월 방화벽 차단 문제로 경고를 1회 받은 것 말고는 징계 전력이 없는 점도 참작됐다.
다만 "평가자료 보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관련 증거 수집을 위해 정보를 보관했다"는 A씨 주장은 물리쳤다. "무단 열람 뒤 캡처본 저장 등을 적법한 방법으로 인정하기 어렵고, 수사가 시작되자 캡쳐본을 삭제하고 휴대폰을 바꿨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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