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양진출 위기감... 협력 강화
방위장비 무상 제공·RAA 체결 추진
일본이 중국의 해양 진출을 견제하기 위해 필리핀과의 안보 협력을 ‘준동맹’ 수준으로 강화한다. 필리핀에 방위 장비를 무상 제공하고, 양국 간 군대 파견 시 절차를 간소화하는 ‘상호접근 협정’(RAA·일본명 ‘원활화 협정’)도 체결하기로 한 것이다.
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필리핀 의회에서 연설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자유로운 바다를 지키기 위해 동맹국, 동지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필리핀 의원들에게 “힘이 아닌 법과 규칙이 지배하는 해양질서를 지켜 나가자”고 호소했다.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일본 총리의 필리핀 의회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시다 총리는 “국제사회를 분단과 대립이 아닌 협조의 길로 이끌어 자유와 법의 지배를 지켜내겠다”며 “동맹국, 동지국의 중층적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본 방위장비 무상 지원" 필리핀이 첫 대상국
기시다 총리는 전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 협력 강화를 다짐했다. 일본 정부는 필리핀에 총 6억 엔(약 54억 원) 상당의 연안 감시 레이더 5기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올해 신설된 ‘정부 안전보장 능력강화 지원(OSA)’ 제도를 처음으로 적용한 사례다. 이 제도는 지난해 말 ‘안보 3문서’ 개정 당시 일본 정부가 ‘뜻을 같이하는 국가’의 안보를 지원하겠다며 새로 만든 것으로, 경제 등 비군사 분야에 한정된 공적개발원조(ODA)와는 달리 방위장비(무기)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양국 정상은 또, 일본 자위대와 필리핀군 간 RAA 체결을 위한 교섭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공동훈련 등 목적으로 상대국에 병사를 파견할 때 그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취지다. 일본이 필리핀과 RAA를 맺으면 호주, 영국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RAA 체결 시) 필리핀과의 관계가 준동맹 수준으로 격상된다”고 평가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일본·필리핀, 동·남중국해서 중국과 대치
일본이 필리핀과의 안보 협력 강화에 나선 건 양국 모두 중국의 해양 진출에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 해역에서, 필리핀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각각 대치하고 있다. 원유 수입의 90%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일본 입장에서 남중국해는 에너지 수송에 매우 중요한 해상 교통로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의 외교 노선 전환도 계기가 됐다.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에 유화적이었던 반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올해 필리핀 국내에서 미군이 사용할 수 있는 거점을 확대하는 데 동의하는 등 친미 행보를 걷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필리핀과의) 관계를 강화하면 중국의 대만 침공 등에 대한 대비도 된다’는 생각이라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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